환경을 지배한 스포츠 스타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1-02 11:28 수정 2014-01-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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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안도 미키, 임창용, 봅슬레이 국가대표 팀, 김주희. (사진=뉴시스, AP뉴시스, 이투데이DB)

류현진, 추신수, 이상화, 박인비. 지난해 돋보이는 활약으로 정상에 우뚝 선 스포츠 스타들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 14승으로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고, 추신수는 미국 진출 13년 만에 1억3000만 달러(1371억원ㆍ7년간 총액)의 거액 몸값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상화는 한해 네번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을 높였고,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3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2013년은 어느 해보다 많은 스포츠 스타와 풍성한 기록이 탄생했다. 선수 개개인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들 못지않게 아름다운 선수들이 많았다.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과 ‘복싱 여제’ 김주희, ‘뱀직구 사나이’ 임창용, 그리고 ‘일본의 피겨 스타’ 안도 미키다.

이들이 있었기에 2013년 스포츠는 더 아름다웠다.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꿈을 향한 도전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의 행보는 2014년 ‘거침없는 도전’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로 재해석할 수 있다.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맨땅의 기적’을 써내려갔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목표지만 마땅히 훈련할 장소도 지원도 없었다. 비시즌이면 일용직 노동이나 아르바이트로 훈련비를 모았고, 집 근처 헬스장에서 체력훈련을 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네 번의 월드컵 제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냈다. 이들은 결코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여자프로복싱 세계 7대 기구 통합 챔피언 김주희다. 그에게는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학업이다. 밤잠을 줄여서라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현재 중부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에게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용납되지 않았다.

임창용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서른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지난해 9월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한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으며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승패 없이 방어율 5.40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방출됐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피켜 스타 안도 미키의 도전은 미혼모라는 사회적 편견도 가로막지 못했다. 한때 세계 정상에 섰지만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지난해 4월 딸 출산 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다시 은반 위에 섰다. 그리고 지난달 마지막 도전을 위해 최고 난이도 연기를 펼쳤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은반을 떠났다.

지난해 이들이 보여준 도전에는 환경도 시간도 나이도 타인의 시선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을 지배하며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갔다.

반면 우리 주변에는 환경을 핑계로 꿈을 접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좌절을 맛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전만으로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14승과 박인비의 메이저 대회 3연승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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