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는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원자력·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아뒀다가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거대한 배터리 장치다. 마치 다목적댐이 수량을 관리하듯 전기 수요가 적을 때는 전기를 충전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에는 방전한다.
ESS를 설치하면 심야 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모아뒀다가 피크 시간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설치비 부담이 큰 데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해 그동안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키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력 공급이 경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개발 국가는 물론, 원전 사고로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일본 등의 선진 시장도 ESS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독일 등 유럽 각국이 발전차액 지원제도(FIT:신재생에너지 전기의 거래 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 가격보다 낮은 경우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관리하는 ESS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일곤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ESS에 대한 필요성 증가로 시장은 세계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2012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142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0년 536억 달러, 2030년 1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ESS 가격 하락과 더불어 시장은 2015년 이후 급속한 양적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 LG화학 등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ESS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튬-이온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국내 기업들은 ESS 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다.
국제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배터리업체 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LG화학이 1위에 올랐다. 미국 존슨컨트롤과 삼성SDI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LG경제연구원 신재욱 책임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ESS와 같은 국내 에너지 솔루션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보조금 지원 정책이 더해지면 우리 기업들이 향후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유럽 ESS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독일 베막, 이탈리아 에넬, 영국 S&C와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올해 유럽 ESS 시장 공략의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앞으로 유럽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에는 인도 통신장비 업체 ACME에 향후 2년간 총 110MWh 규모의 ESS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삼성SDI는 ACME가 인도지역에 설치하는 통신기지국, 태양광 발전용 ESS와 주요 부품을 독점 공급한다. ACME는 통신장비 및 태양광 발전 관련 부품 전문회사로, 현지 통신 기지국 40만개 중 15만개가 ACME의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도 최근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업체인 독일 SMA의 차세대 가정용 태양광 ESS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지난 5월에는 미국 SCE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ESS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