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와 농민단체, 여야 간 지리한 갑론을박 끝에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쌀 목표가격은 현행 가마(80㎏)당 17만83원에서 18만8000원으로 올랐다. 인상된 쌀 목표가격은 2013년산부터 5년간 적용된다. 쌀 직불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목표가격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쌀 목표가격 18만8000원 확정…농민들 불만은 여전 = 쌀 목표가격이 종전보다 10.5%나 인상됐지만 농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결정된 목표가격이 농민단체가 당초 요구한 80㎏당 23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농민들은 변동직불금 계산 방법으로 따져볼 때 이번 목표가격 인상폭으로는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개정안을 적용해 보면 쌀 목표가격이 18만8000원일 경우 변동직불금이 지급되는 수확기 쌀 산지가격은 17만3061원이 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산 수확기 평균 쌀값은 17만4000원대로 예상된다. 지난해 생산된 쌀에 대해 변동직불금이 발동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에 대해 “이번에 국회에서 결정된 쌀 목표가격은 생산비 보장이라는 농민 요구의 근본 취지와는 동떨어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야합의 산물”이라며 “쌀값 보장 기능조차 발휘할 수 없는 무의미한 제도가 됐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정책자금 금리 1%대 인하가 포함되지 않은 쌀 목표가격 합의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업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농가에 대한 금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일부 농가들에 해당하는 영농규모화사업 자금 금리만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되고 품목 농가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변동직불금 발동 시 정부 부담 연간 5500억 = 이번 쌀 목표가격 인상이 달갑지 않은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말 쌀 목표가격으로 17만4083원을 제시했지만 농업계와 국회의 반발에 부딪혀 17만9686원으로 5603원 올려 한 발 양보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8314원이나 더 오르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목표가격보다 1만8000원 정도 더 인상됨에 따라 변동직불금이 작동될 경우 연간 약 5500억원가량의 재정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유례없이 풍작이 들어 수확기 쌀값이 대폭 하락할 경우 정부는 내년 곧바로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더 지출해야 한다.
쌀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이번 인상 규모는 과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쌀 목표가격이 올라가면 농가는 쌀 생산을 늘리게 돼 쌀값이 오히려 떨어지고 재고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kg에서 2012년 69.8kg으로 매년 감소 추세여서 쌀값 하락 가능성은 더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쌀 목표가격 인상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단체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선 영세농들의 실질적 소득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현행 직불금제는 농지 면적에 비례한 지급체계를 갖고 있어 대농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면서 “쌀 농가의 규모화와 경쟁력 강화, 쌀소비 기반을 확대해 농가 간 소득불균형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쌀 목표가격
쌀 목표가격은 시장에서 쌀값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쌀 농가가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농가경영 안전장치다. 지난 2005년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됐으며 쌀값은 시장 자율에 맡기되 풍작 등으로 인해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떨어진 부분 중 일정액을 변동직접지불금으로 지원해준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에서 수확기 쌀값을 뺀 가격의 85%에서 다시 고정직불금 단가를 제외한 차액만큼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