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매출채권을 위조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으로 부터 2800억원의 대출을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은행들은 불법 대출이 이뤄진 수년 동안 전혀 인지 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휴대폰 부품업체 N사 직원은 삼성전자로 부터 휴대폰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하고 여기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한 뒤 이를 담보로 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N사 직원과 KT ENS 직원이 서로 짜고 매출채권을 가공했다.
대출사기 규모는 하나은행이 1600억원으로 가장 크고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개 저축은행도 800억원이 물렸다.
처음 매출채권이 발생한 2008년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사기 혐의자들은 매출채권을 위조해 돌려막기식으로 자금을 횡령했다.
2주전 금감원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 이같은 내용이 포착됐다. 차주 이름은 다른데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동일하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금감원은 정확히 언제 부터 매출채권이 허위로 작성됐는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금융기관들에 대해 검사를 진행중”이라며“법규위반 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은행권 책임 소재와 구상권 청구 가능성이다. 우선 해당 은행들은 매출채권에 날인이 찍혀있고 세금계산서 등이 첨부돼 있어 여신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담보는 법무법인 공증과 더불어 일부 은행들은 증권사 신용보강까지 받았다. 게다가 KT ENS가 KT 자회사란 점에서 상환 능력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만약 담보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상환은 주식회사 N사와 KT ENS가 져야 한다. N사의 경우 자본금이 100억원 밖에 되지 않아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다. KT ENS 역시 직원의 단독 소행으로 보고 회사와의 연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KT ENS와 은행들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여신 심사 과정에서 담보에 대한 서류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기대출을 벌인 KT ENS 직원은 현재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