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트리플 악재]초대형 사고에 작년 실적도 “惡…” 금융권, 하얗게 질렸다

입력 2014-02-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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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순이익 크게 줄고 주가도 5%대 넘는 급락세…1분기 수익성 개선도 어려울 듯

금융권의 초라한 실적은 연이은 악재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개인정보 유출 파문에 수천억원대 대출사기까지 발생한 가운데 최근 발표된 금융권의 지난해 실적은 그야말로 금융권의 수난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 등 업종을 불문하고 사실상 어닝쇼크 상태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이 감소한 데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 감소를 부추겼다.

올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경영키워드로 내세웠던 카드업계는 최근 정보유출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급히 수정했다. 보험업계도 영업담당 임원을 대거 경질하면서 조직 분위기 쇄신을 꾀할 정도로 실적 부진에 애를 태우고 있다.

사실 연초만 해도 금융권은 지난해까지 지속됐던 실적 부진을 딛고 개선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사상 초유의 금융사고로 인해 이 같은 기대감은 급격히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 금융지주 지난해 실적‘어닝쇼크’= 한 시중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은 “지난해보다 수익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구조적 개선 없이는 일회성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도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고려하면 분위기 반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7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5922억원으로 2012년 4조9858억원보다 48.01%(2조3936억원) 급감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1조28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순이익(1조7310억원)보다 25.9%(4480억원) 줄어든 규모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계열 3개사를 묶어 파는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미리 반영해 순익이 3000억원을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5760억원에 그쳤다. 전년 1조4962억원에 비해 순익이 9203억원이나 줄었다.

하나금융 역시 1조200억원으로 전년(1조6215억원) 대비 6015억원(37%)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00억원 증가한 7341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은 자회사에 대한 손상손실 반영 등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87억원(42.3%) 감소한 365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나마 신한금융은 지난해 금융권 내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8.0% 감소한 1조928억원을 기록했다.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이 대부분 40% 가까이 급감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2012년보다 17.4% 감소했다.

◇ 금융권 수익 제고 안간힘 = 지난해 금융권 실적 악화에 이달 들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5%대를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600억원을 대출해 줬다가 허공에 날릴 위기에 놓인 하나금융은 사건 발표 직후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대출사기에 연류된 만큼 상당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등 올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억 건의 고객정보 유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의 올해 순익이 지난해보다 40%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카드 3사의 순익은 올해 2500여억원으로 지난해 4100여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아직 정확한 실적과 손실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보유출로 인한 카드 재발급, 회원 감소, 영업정지 3개월에다 대출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생보사들도 지난해 순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계를 제외한 15개 생보사 가운데 2013회계연도 상반기(4~9월) 당기순이익은 총 1조29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조4493억원에 비해 10.5% 감소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 여파로 손보사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상반기(4~9월)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은 1조118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18억원)에 비해 25.5% 감소했다.

이제 관심은 올 1분기 수익성 회복 여부다. 그러나 각종 악재로 올 1분기에도 수익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그동안 금융지주사 실적에 크게 기여해 왔던 카드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사의 영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KB금융과 NH농협금융의 1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따른 대출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 NIM이 상승 전환을 보일 것”이라며 “건설,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마무리로 대손충당금 전입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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