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하원은 13일(현지시간) 18세 미만 미성년자 안락사 허용 법안을 승인했다.
벨기에 집권 사회당은 지난 2012년 12월 미성년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안락사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지난 12월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날 하원의 승인을 얻음에 따라 필립 국왕의 재가를 거쳐 곧 시행될 예정이다.
벨기에의 안락사 허용법안은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에게 자신의 상태와 안락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전문의사의 판단과 부모의 동의도 필요해 엄격한 요건하에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성년자가 판단 능력이 있을 경우에는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5%로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의료계 대부분은 미성년자의 자기결정 능력을 전제로 하고 엄격한 요건하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소아과 전문이들은 “죽음을 앞둔 미성년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아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들에게서 마지막 남은 가능성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말기 환자의 통증치료가 가능하다면서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이 법안 논의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밝혀온 가톨릭 교회는 하원 표결을 앞두고 미성년 안락사 허용에 반대하는 금식기도일을 시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벨기에의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지도자들은 공동 성명에서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점점 더 가볍게 취급되고 있는 것에 크게 우려한다”며 “미성년자 등 취약계층의 안락사는 원치 않는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한 데 이어 2002년 벨기에, 2009년 룩셈부르크가 이에 동참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가 1997년부터 허용했다.
스위스의 경우 직접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안락사를 돕는, 이른바 '조력자살'은 허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등 몇몇 주에서도 조력자살이 허용된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안락사 허용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