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세청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의 유럽 수출액은 57억2911만 달러로 2011년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수출 대수는 2011년 42만6731대에서 지난해 40만6959대로 4.6% 감소하는 부진함을 보였다.
2011년 7월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당시 정부는 유럽 자동차 수출액이 15년간 연 평균 14억7000만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반면, 승용차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 수입액은 2011년 대비 39.0% 늘어난 44억3066만 달러를 기록했다.
오는 7월에는 1500cc 이상 유럽차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수입차는 국내 시장에서 15만6497대가 팔려 전년 대비 19.6% 성장했다. 국내 업체가 유럽 경기침체로 FTA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등의 유럽차들은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에 따른 대미 자동차 관련 수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로 2.5% 관세가 즉시 철폐된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전년보다 9.2% 증가했다. 그러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 증가율은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11년 21.8%, 발효된 해인 2012년에 12.5%였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는 꺾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완성차의 경우 작년 대미 수출액은 121억1348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0% 늘었다. 그러나 이는 관세 철폐(2016년 4% 완전철폐) 이전인 만큼 한·미 FTA 효과와는 무관하다.
반대로 미국산 승용차의 수입액은 눈에 띄게 늘었다. FTA가 발효된 2012년 미국산 승용차 수입액은 전년 대비 88.0%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6.0% 증가한 8억3425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대수는 지난해 1만1657대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포드, 크라이슬러와 같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던 미국차는 가격인하를 발판삼아 최근 국내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가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고려하면 미국의 완성차 관세가 철폐되도 승용차 수출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72만783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55.6%인 40만499대를 현지에서 생산됐다. 더욱이 현대차는 미국 현지공장의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유럽과 미국의 승용차 수입은 크게 늘어난 반면 FTA에 따른 수출 효과는 없다”며 “늘어난 수출 실적은 국내 브랜드의 신차 투입과 마케팅 효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FTA 효과를 전체산업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012년보나 6% 늘어난 621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35% 넘게 늘어난 205억달러를 기록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대미 수출의 증가는 한·미 FTA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