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제학]돌로 시작한 공, 스포츠 넘어 경제를 움직인다

입력 2014-03-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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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돌 던지기’ 놀이에서 기원 인류 최초 스포츠 장비

“슛! 골~!” 4년에 한 번, 지구촌은 축구공 하나에 들썩인다. 둘레 70㎝의 축구공이 골대 그물을 흔드는 순간 환희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는다. 물론 모두가 환호할 수는 없다. 환호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무려 한 달간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FIFA 월드컵 기간, 피할 수 없는 풍경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작은 공 하나에 웃고 우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일까. 이 작은 공에는 무슨 마력이 숨어 있기에 지구촌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걸까.

공은 인간이 발명한 최초의 스포츠 장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돌 던지기’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는 실로 묶은 풀이나 나뭇잎을 공으로 사용했고, 깃털이나 짚으로 채워 넣은 동물 가죽에 바느질을 한 견고한 공도 만들어졌다.

작은 공을 향한 인간의 집념은 경기장 안에서 그치지 않았다. 관련 팀을 만들어 (비)정기적으로 게임을 했고, 관련 장비를 생산해냈다. 심지어 공을 잘 다루는 선수를 스카우트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축구는 물론 야구·농구·배구·풋볼·테니스·골프 등 공으로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에는 대부분 많은 사람이 몰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4대 인기 프로스포츠(축구·야구·농구·배구)는 전부 구기종목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2012년 사상 첫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고, 지난해도 70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올림픽 정식종목도 구기(球技)가 대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골프와 7인제 럭비가 새 정식종목으로 채택, 28개 정식종목 중 13개(배드민턴 포함) 세부종목이 구기다. 구기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직후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26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광고료 역시 구기종목에 견줄 상대가 없다. 지난달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서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중계방송 광고료가 30초당 400만 달러(43억원)에 이를 정도다.

공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한다. 장래희망이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인 아이들이 많다. 특히 극빈국의 빈민가 아이들에게는 인생역전 기회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절실함이 더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전 메이저리거 세미 소사(46)를 비롯해 캐냐 출신의 프리미어리거 빅토르 완야마(22), 피지 출신의 프로골퍼 비제이 싱(51) 등 공 하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스포츠스타가 많다.

구기종목 스타들은 은퇴 후에도 ‘귀하신 몸’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전 미국프로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지난해 9000만 달러(약 961억원)를 벌어 은퇴한 스포츠스타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2위는 아놀드 파머(4000만 달러·427억원), 3위 데이비드 베컴(3700만 달러·395억원)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모든 선수가 구기종목 출신이다.

이처럼 공은 인간에게 ‘각본 없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통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감동적인 영화도 만들어졌다. 둥근 공 하나가 인류에게 준 기쁨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작은 공이라도 잘 못 활용하면 폐가망신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K리그 승부조작이 한국 체육계를 발칵 뒤집었다. 경찰의 1~2차 조사를 통해 총 4명의 선수가 구속됐고, 51명의 선수는 영구 제명, 한국 체육사 최악의 잔혹사로 기록되고 있다.

국가 대항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1969년 초 멕시코 월드컵 중남미 지역예선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경기는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엘살바도르가 승리했다. 이후 양국은 외교 단절이 이루어졌고, 그해 7월 엘살바도르의 육군과 공군은 온두라스 공군기지를 공격, 이른바 ‘축구전쟁’이 일어났다.

공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스포츠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구기종목은 보는 재미는 물론 참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바람직한 스포츠 레저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과 페어플레이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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