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일명 탄소세)’의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받거나 부담금이 매겨지는 만큼, 국내 자동차업체의 희비가 엇갈리는 탓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월 초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조세재정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조정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이달 말 나오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공청회를 거쳐 6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국내 자동차업체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도입을 늦추거나 제도 적용에서 제외되는 차량의 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받았다”며 “4월에 조정안이 나오면 다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와 소비자의 반발을 고려해 이번 조정안은 기존 안보다 완화할 계획이다. 과거 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최대 700만원의 부과금을 매길 계획이었으나 조정안에서는 부과금 최대 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에는 주력 판매 상품이 △보조금 △중립 △부과금 중 어디에 속할지도 관심사다. 쌍용차의 경우 주력 상품인 ‘코란도C’가 중립이 아니라 부과금 대상으로 지정되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쌍용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 제품이어서 이번 제도 실행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인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아반떼’, ‘K3’, ‘쏘울’ 등 자사의 준중형차 대부분이 중립 구간에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립 구간을 넓혀 보조금을 받거나 부과금을 부과받는 대상 차량을 크게 줄이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바람이다.
자동차업계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실행에 우력하는 것이 소형차 위주로 정부 정책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고성능, 고효율이 최근의 자동차 개발 흐름이다”며 “과거 소형차 중심 정책을 펼쳤다가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 브라질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와의 역차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선두 업체들은 국내 업체에 비해 연비 효율성이 좋은 만큼 해외 업체들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해 국내 제작사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