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2014 '박정희 데자뷰 행보'…박근혜 브란덴부르크 문 방문
브란덴부르크문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의 관문으로서 냉전 시대 서독과 동독을 갈랐던 곳으로 독일 통일의 상징이다. 이 곳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서독 국빈방문 당시 잠시 지나쳤던 곳이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이자 딸이 꼭 50년만에 선친의 흔적을 밟은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서편 광장에서 이 문의 중앙통로 아래를 통과해 동편 광장까지 150m를 함께 걸었다.
박 대통령은 베를린에 대해 "통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도시"라며 "과거 장벽으로 분단됐던 베를린 시민들이 지금은 자유롭게 왕복하고 있는 것이 너무 부러우며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베를린이 통일 후 독일의 수도로서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면서 유럽의 중심으로 성장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베를린 시정부와 시민들이 우리나라의 평화통일 노력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보베라이트 시장도 "분단국가인 한국이 통일을 이루기를 희망한다"며 "독일은 25년 전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통일을 이뤘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 줄 수 있는 교훈이 많다"고 밝혔다. 또 오는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치를 예정이라는 점을 들면서 "이러한 기쁜 날이 한국에도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보베라이트 시장으로부터 브란덴부르크문 모형을 선물받았으며 박 대통령은 백자 찻잔세트를 선물로 전했다. 박 대통령은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복숭아 문양이 들어간 찻잔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인근 전쟁희생자 추모관을 찾아 헌화하고 1,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4년 서독 국빈방문 당시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당시 빌리 브란트 시장과 접견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방문 당시 베를린 시청은 서독 당시의 시청으로 현 시청과는 다른 곳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문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발간된 '방독 소감'에서 이 문 앞에서 "동베를린 쪽을 보니 북한 생각이 났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베를린공과대학교 연설에서 "저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시작한 철의 장막은 동유럽과 소비에트의 광대한 영역을 거쳐 만주로 뻗어 내려가 우리나라의 판문점에 이르고 있다"며 "바로 독일과 한국은 하나는 유럽에서, 또 하나는 극동에서 각각 공산주의의 파괴적 침투를 막고있는 방파제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친에 이어 딸인 박 대통령도 이번 독일 국빈방문에서 베를린→드레스덴→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지는 '통일 행보'의 스타트를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끊음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각오를 안팎에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