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제일모직 흡수 합병 둘러싸고 증권업계에서는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양사의 합병은 지배구조 정리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레 제일모직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방식은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으로, 존속회사는 삼성SDI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증권업계는 회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차전지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기업인 삼성SDI는 후발주자들을 따돌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소재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제일모직은 합성수지 사업을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분야의 세계 일류 업체인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은 2차전지 사업분리막 사업에서 시너지가 나며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합병의 배경이 단순히 사업의 시너지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계열사 중 제일모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삼성카드(7.28%), 삼성자산운용(4%)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삼성의 전자·소재 계열사지만 오히려 금융 계열사의 비율이 높다. 이에 삼성전자는 삼성SDI와의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도 제일모직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김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의 지분이 없는 회사이고, 반면 삼성SDI는 전자 지분이 높은 회사”라며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게열사로 편입되는 효과가 있으며, 삼성전자로서는 제일모직을 (지분 확보 등을 위해)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계열사로 편입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합병은 주가 상승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판단은 어렵지만 합병비율 등이 제시된 현재, 주주들이 주가 상승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일부 증권사는 대답을 보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직 이번 합병건에 대해 회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각각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