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AP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연산장치로 컴퓨터의 CPU 같은 역할을 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말 모바일 AP를 위탁 생산해 이르면 3분기 출시할 스마트폰에 장착할 계획이다. 생산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맡는다. 독자 모바일 AP는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L, F 시리즈를 시작으로 전략 스마트폰인 G 시리즈까지 차례로 탑재할 방침이다.
LG전자는 2012년부터 코드명 ‘오딘’으로 불리는 모바일 AP 개발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 AP는 ARM 코어텍스-A15 프로세서 기반의 쿼드코어 구조를 갖췄다. 지난해 초 영입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출신인 송상원 SIC연구소 CTO(상무)가 모바일 AP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송 상무는 TI의 AP인 오맵(OMAP)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전문가다.
LG전자가 이처럼 자체 개발 AP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기초 기술 역량을 확보해야 완성품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구본준 부회장이 독자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말 임원 인사에서 스마트TV 자체 AP인 L9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한 최승종 개발실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한 게 좋은 예다.
실제로 LG전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부품 대부분을 공급받고 있다. 사실상 핵심 부품중 AP가 유일한 수입품이다. AP 내재화에 성공할 경우 LG전자는 스마트폰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애플은 ‘A7’이란 이름의 자체 개발 AP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은 자체 AP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트프웨어 성능 최적화가 다른 업체보다 수월하다”고 밝혔다.
이미 LG전자 스마트 TV는 자체 AP 내제화에 성공했다. LG전자는 브로드컴으로부터 밉스(MIPS) 계열의 AP를 공급받아 스마트TV에 탑재해 왔지만, 2012년부터 자체 개발한 암(ARM) 기반의 AP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하이엔드급 스마트TV에 자체 개발 쿼드코어 AP를 적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회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