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분양 사업지마다 청약 경쟁률도 높다. 지난 3월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분양한 ‘구서 SK 뷰’는 최고 15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모두 마감했다. 앞서 부산 사직동에서 분양한 ‘사직역 삼정그린코아’는 312가구에 1만명이 넘게 몰리며 평균 경쟁률 50 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지난달 대구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아파트는 409가구 모집에 3만1436명이 신청해 평균 76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역삼자이’, ‘아크로힐스 논현’은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는 고가(高價) 아파트이지만 1~3순위 청약에서 모두 팔렸다.
◇분양시장 실수요 위주 재편 =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2만4000여가구. 여기에 몰린 청약자(1순위)만 10만여명, 1년 전보다 3.6배나 늘었다.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규제완화책과 집값 상승 기대심리로 1분기에 1순위 청약자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주택시장이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주택 구입 저리 지원과 유례없는 전세난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68%대. 2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지방에서는 70%를 넘는 곳도 많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지방에서는 전세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충분히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움츠러들었던 구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가점제 폐지, 분양권 전매기간 단축, 부적격자 재당첨 금지기간 완화 등의 관련 제도가 개선돼 실수요자의 청약시장 가세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도 중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신축과 재고주택간 가격차가 컸지만 지금은 별로 차이가 없다”며 “새집에 대한 수요, 가격경쟁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완판소식… 중견 건설사 약진 = 분양시장 활황 속에 중견건설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최근 청약을 받은 중흥건설의 ‘세종 중흥S클래스 리버뷰 2차’는 643가구 공급에 3순위까지 1717명이 신청, 평균 2.67 대 1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중흥건설은 올해 분양한 4개 아파트 모두 미달 없이 청약을 마감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도건설은 지난 3월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3.0’을 계약 시작 1주일 만에 완판을 달성했다. 대구와 아산의 ‘반도유보라’도 각각 2.57 대 1, 2.44 대 1의 청약경쟁률 속에 빠른 시간 내에 완판을 이뤄냈다.
호반건설 역시 올해 공급한 4개 단지 모두 순위 내 마감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중 전북혁신도시의 2개 단지와 충남 천안 불당 등 3개 단지는 1순위에서 청약을 조기 마감했다.
우미건설은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업체지만 경북 경산, 경기 평택, 강원 강릉 등에서 모두 순위 내 청약 마감 기록을 이어가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밖에 EG건설·한신공영·이수건설 등이 올해 선보인 단지들이 대거 분양 성공을 이어가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 대부분은 3~4년 전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사업 실패로 철수했던 지역”이라며 “최근 지방 분양시장 열기는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사들이 철저한 시장 분석과 시의적절한 대응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청약열기 당분간 지속… 꼼꼼히 청약 나서야 = 전문가들은 청약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물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수도권은 좀 더 길게 갈 수도 있다”면서 “공급이 많았던 지방은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 등 변수는 감안해야 한다. 최근 임대차 선진화 방안에서 보듯이 정부 정책이 또다시 오락가락한다면 시장 흐름이 급격히 꺾일 수도 있다.
때문에 최근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청약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인기 지역일수록 분양가가 비싼 편이라 주변 시세를 잘 따져본 후 청약에 나서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