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금융이 초기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부서가 설치되기는 했지만 실무자들은 업무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방향성을 잡아주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정책과제의 체계적 연구에 나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통일금융 TF를 구성해 주요 체제 이행국의 사례를 토대로 통일 속 금융회사의 역할과 정책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ㆍ연구할 계획이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TF팀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민간연구기관, 정책금융기관, 기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달 중 첫 회의를 개최해 약 3개월 동안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바람직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위가 통일금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통일금융 연구와 상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실무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가 관련 부서를 설치했지만 연구 내용은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해 통일 이후 취할 원조 및 경제전략을 연구한다. 데이터베이스(Data Base)될 자료가 한정되다 보니 연구조사 결과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상품 개발자들도 고민이 크다. 저금리 기조 속에 통일이란 대의적 가치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권 ‘1호 통일 금융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리은행의 ‘우리겨레 통일 예적금(가칭)’상품 출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달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금리 수준 및 대북지원 사업 기부 범위 등 구체적 사안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통일금융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연구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고, 어디서 데이터를 얻어야 하는지 난감해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큰 방향성만 잡아준다면 일선에서도 체계적 연구ㆍ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