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중국 시위와 태국 계엄령 선포, 북한 김정은의 핵위협 등 올봄 아시아 정국이 그 어느 곳보다 혼란스런 상황이다.
이런 혼란이 커지면서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갈등은 아예 뉴스에서 사라질 정도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이런 혼란을 ‘아시아의 봄’이라고 칭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에도 위기가 닥쳤다고 진단했다.
미키마우스 티셔츠와 아이패드, 아디다스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다국적 기업들은 아시아에 제품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지난주 불거진 반중시위로 현지 중국과 대만업체는 물론 한국기업들도 조업을 중단해야 했다. 애플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납품하는 중국 팍스콘은 지난주 사흘간 공장문을 닫았으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에 운동화를 공급하는 대만 위위안도 생산이 중단됐다.
아시아에서는 최근 공급망을 흔들게 하는 대형 재난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을 강타한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는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에 기업들은 유연한 공급망 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세계 50개국에서 제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베트남 반중시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임금 상승과 노사 분규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다른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곳곳에서 터지는 혼란은 이런 대안 모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위위안이 그 좋은 예다. 이미 위위안은 베트남 사태 수주 전에 중국 공장에서도 4만명의 근로자가 파업을 일으켜 생산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베트남에서도 시위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일부 인건비 비중이 큰 섬유업체들은 방글라데시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 곳은 지난해 라나플라자 화재로 수천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후 정부가 이전에 대해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기업은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를 검토하지만 여기도 임금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노사분규도 잦은 편이라고 FT는 전했다.
미얀마는 군부독재 종식으로 새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열악한 인프라 환경이 걸림돌이다.
글로벌 아웃소싱 전문 리서치업체 판지바의 조시 그린 설립자는 “중국이 더 이상 최선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대안을 찾고 있지만 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곳이나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