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국가경영의 생태계적 처방

입력 2014-06-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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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대학발전추진단장ㆍ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를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역은 세종시인 것 같다. 세대간이나 지역대결보다는 지역특성 상 젊은 공무원들이나 그들 가족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세종시 거주 공무원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으로 젊은 공무원들이나 가족이 직업적 자부심에 큰 상처를 받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정부와 공무원의 디커플링(decoupling) 조짐은 경영 생태계의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 해법을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에게서 찾아보자. 그는 경영을 생태계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라고 불렀다. 그는 경영을 생명체를 보듯이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생태학이란 생명체를 가진 대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학문이다. 생태계는 자기평형적 특성에 의해 절묘한 균형을 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국가생태계 경영의 대실패 사례가 있다. 중국 마오쩌둥의 1958년 쌀 생산성 대약진운동이다. 그는 익은 벼를 먹어치우는 참새를 보고 인민의 적으로 규정하고 소탕작전을 통해 그해 2억마리 이상 잡아들였다. 그러나 이듬해 메뚜기가 창궐해 쌀농사가 대실패를 하고 4000만여명이 굶어죽고 말았다. 이후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공수해왔다. 이는 생태계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식 국가개조의 종합대책을 생각해본다면 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균형 찾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영의 생태계적 접근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임스 무어는 ‘경쟁의 종말’이라는 저서를 통해 생태계에서는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생태계란 유기체 생물이 살아가는 세계를 말하며, 생태계 속에서 유기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가치사슬), 환경과도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태계적 처방의 핵심은 관계의 균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가경영에서 젊은 공무원들이 국가생태계의 핵심자(keystone)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점에서 흔들리는 공무원들의 태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생태계의 핵심축이었던 공무원들의 사기 침체를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이 떠나고 나면 제도만 남는다. 제도에 사람이 빠지면 관료화가 된다. 이것이 제도경영의 한계이고 제도의 역설이다. 국가개조란 제도개선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국가 리더십이다.

앞으로 국가개조의 종합대책에서 퇴직공무원의 과도한 전관예우에 대한 견제 이상으로 젊은 공무원들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들이 국가미래에 대한 철학을 가지면 이들만큼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대체할 만한 유능한 인력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를 강조하지만 경영 전부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수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벌점제를 도입한 후 한달 만에 수술 사망률이 제로(0)로 떨어졌다. 이것은 억지 성과였다.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해 환자들이 수술도 못 받고 죽어나갔던 것이다. 결국 제도는 사람의 열정과 철학으로 운영될 때 지속가능한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을 사람 중심의 나라로 만들어가는 생태계적 처방이 필요하다. 처방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태계 경영이란 살아있는 적을 만들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들 간의 협력적 상호작용과 균형 찾기를 통해 진화해가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적폐와 퇴직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점검하고 해결해 가야 함도 물론이다. 사람의 마음이 닫히면 제도만 남는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영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진행될 국가개조가 특정 개체와의 투쟁이 아니라 균형 잡힌 생태계적 처방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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