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월렛 카카오(bank wallet kakao·이하 뱅카)에 대한 은행권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금융거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과 “결제수단 주도권 상실로 수익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감이다.
전자를 택한 은행들은 카카오톡의 범용성에 주목한다. 결제 가능 범위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아 서비스 출시 후 가맹계약만 체결된다면 3700만명 가입자들이 모두 잠재 고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뱅카가 올해에만 100만명 넘는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금융솔루션 제공업체인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s)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46%는 구매활동에 SNS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60%는 SNS가 다양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각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국민·신한·외환 등 15개 은행들이 뱅카 ‘출사표’를 던진 이유다.
반면 후자를 택한 은행은 뱅카의 성장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 불참을 선언한 하나은행이 대표적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송금 서비스를 놔두고 편의성을 이유로 뱅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IC칩이 내장된 현금카드 기능을 하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는 기존의 신용카드(2~3%)보다 낮은 약 1%가 적용된다. 초기 송금 서비스 수수료는 무료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로는 100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다양한 IT기업이 결제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은행들의 먹거리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초기단계 머물러 있어 아직까지 본격적인 이해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있지만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발달로 지점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채널 중 인터넷뱅킹 거래 비중은 34.1%로 2010년 26.6%에 비해 7.5%포인트 상승한 반면 창구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15.5%에서 12.2%로 하락했다. 송금·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우리, KB,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대고객 수수료는 2010년 3014억원에서 2013년 2221억원으로 26.3%나 줄었다. 적자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SNS와 같은 비대면 거래 증가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범용성이 뛰어나 초기에는 결제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한 데다 수익성 확보 방안, 보안성 강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어 은행들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