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이 우리(5060세대)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존경받으려면 돈(경제력)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리베이트ㆍ급행료 같은 악습은 타파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대 간 갈등은 ‘상호간 존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2030세대에게 물었더니 5060세대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답변이 60.5%, 5060세대에게 물었더니 2030세대들이 ‘(자신들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7.6%에 각각 달했다. 다시 말해 5060세대 10명 중 4명 정도만이 2030세대에게 존경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젊은층에 대한 5060세대 시니어들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세대 간 간극이 사실로 확인됨 셈이다.
‘2030세대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클 때는 언제였나’라는 질문에 ‘예의를 갖추지 않을 때’가 36.5%로 가장 높았고, △새로운 것만을 고집할 때(34.3%) △과거의 관습이나 관행을 케케묵은 것으로만 간주할 때(20.3%)가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5060세대의 어떤 관행이나 관습을 가장 꼴불견이라고 생각할까.
2030세대가 지목한 5060세대의 가장 큰 꼴불견은 ‘일방통행 소통’이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행위’(35.6%)와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관행’(19.4%)이 2030세대의 5060세대에 대한 불만이었다. ‘일방통행 소통’의 뒤를 잇는 5060세대의 꼴불견으로 ‘학연-지연-끼리끼리 이익집단화’(18%)를 꼽았다. 이 밖에 △대충대충 문화(7%) △리베이트와 급행료(6.4%) △안전불감증(6.1%) △빨리빨리 문화(4.1%) 등이 꼴불견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는 관습이나 관례 등에 대한 철폐 의지가 강했다. ‘5060세대가 되면 현재의 5060세대와 다를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2030세대의 71.9%가 ‘다를 것이다’고 응답했다.
5060세대에게 있어 지우개가 있다면 지우고 싶은 가장 부끄러운 관행이나 관습을 무엇일까. 28.7%의 응답자가 ‘리베이트와 급행료’를 들었다.
‘리베이트와 급행료 관습’ 외에 지우고 싶은 관습에는 △빨리빨리 문화(19.4%) △대충대충 문화(12.8%) △안전불감증(12.2%) 등이 뒤따랐다. 5060세대들도 리베이트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급행료가 당연지사로 여겼던 시절을 경험했고, 빨리빨리 문화의 병폐가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두 눈으로 여실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5060세대의 답변 속에 숨겨진 메시지는 뭘까. 후대들은 이 같은 병폐를 절대 답습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5060세대의 43.7%, 2030세대의 49.6%는 소통 부족이 세대 간 갈등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했다. 2030세대의 36.3%는 5060세대가 실제 역할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젊은층에 대한 이해와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두 세대 모두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음을 잘 보여준다.
5060세대는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노력은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2030세대에게 존경받기 위해 하고 있는 경제적 노력(43.3%)과 도덕적·양심적 노력(23.5%)에 비해 소통을 위해 젊은층을 이해하려는 노력(17.0%)은 저조했다. 이는 5060세대가 존경과 소통 사이의 연결고리를 여전히 찾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5060세대는 자신들이 극복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2030세대와는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 2030세대는 그들이 5060세대가 되었을 때 일방소통에 대한 문제(자신의 가치관을 주입시키려는 행위,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위 등)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0%로 주를 이뤘지만, 같은 항목에 대해 5060세대의 경우 2030세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5.9%를 나타내며 일방적 소통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5060세대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선 2030세대에서도 인정하고 있었다. ‘5060세대가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온 세대인가’라는 설문에서 2030세대는 81.4%가 ‘그렇다’로 응답함으로써 아버지 세대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인정했다. 또 ‘5060세대가 은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세대’라는 데 2030세대와 5060세대 각각 78.1%, 73.1%가 동의했다. ‘5060세대가 역사적·사회적 역할이 주어지면 감수할 세대인가’라는 설문에도 ‘그렇다’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이 부분에서 5060세대는 90.1%가 ‘그렇다’를 선택해 5060세대의 근본에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5060세대가 성공을 좇고 성공을 많이 거두기도 한 ‘성공세대’라는 점에 대해선 2030세대(75.3%)뿐만 아니라 5060세대(67.4%) 자신들도 대체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다. 2030세대에게 5060세대는 ‘노인 세대라기보다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더 잘할 수 있는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53.8%), 5060세대 자신들 또한 소통이 가능하리라고 믿고 있었다(73.9%). 소통이 가능하려면 스스로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5060세대에게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