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 요구서 서명을 보류, 사실상 자진사퇴를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을 수행 중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로 출발하기 직전 대통령 전용기에서 “총리와 장관 임명동의안은 귀국해서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대통령이) 재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순방 중에는 중요한 외교적, 경제적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재가를 보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외 순방 와중에 이런 발표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박 대통령이 정당해산청구서를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 한 전례가 있는 점체 비추어 볼 때 민 대변인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임명안 재가를 미룬 건 재가하지 않겠다는 뜻이 더 강한 것 아니겠느냐”며 “30년 넘게 언론인 생활을 했던 문 후보자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마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민 대변인의 발표가 있던 날 저녁 퇴근길에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는 저도 여기서 차분히 앉아 제 일을 준비 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최종 거취는 대통령이 돌아온 이후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귀국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퇴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 국회 인준 표결까지 가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문 후보자 낙마를 대비해 후임 총리를 물색하며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 뿐 아니라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야당은 문 후보자가 사실상 ‘아웃’됐다고 보고 이·김 두 후보자에 대한 공세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 후보자는 1997년 대선 직전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개입했던 ‘북풍’ 사건에 연루된데 이어 2002년 대선 때에는 이회창 후보 특보로서 불법 대선자금 5억원을 당시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한 이인제 의원에게 전달한 전력이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1년 교원대 학술지에 제자의 논문을 표절해 발표하고 각종 지원비까지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요구서까지 함께 서명을 보류한 것도 이들에 대한 여론을 좀 더 살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곳곳에서 인사잡음이 발생함에 따라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도 사퇴 위기에 내몰리는 형국이다. 여론을 의식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김 실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에 대해 김기춘 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