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논란이 확산된 이유는 보험사들이 잘못된 표준약관을 참고해 사용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22개 생보사는 약관에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했다. 과거 교보생명이 이 약관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교보생명의 약관을 그대로 배낀 것이다.
보험업계는 대형사들이 새롭게 만들거나 변경하는 약관과 신상품 등을 통상적으로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약관 개정이나 신상품 출시 등을 하게 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게 관행”이라며 “문제가 된 약관 역시 관행을 따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잘못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한 보험사에 잘못이 있다.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내부에서 이를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잘못된 약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냐는 점이다. 보험사가 소비자 이익을 위하거나 단순 업무 편의를 위해 약관을 새로 만들거나 제·개정하려면 금감원에 미리 알려야 한다. 즉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에 대한 약관을 처음 만들 당시 금감원은 교보생명으로부터 미리 그 내용을 받았을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교보생명이 제출한 약관에 대해 사전 검토를 했을 것이고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교보생명은 약관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다른 보험사들도 이를 사용했을 것이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대해 제재를 결정하면서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동양사태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금감원은 항상 일이 터진 후 수습하려 한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금감원이 사후약방문식 대처보다 한 발 앞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는 선행적 관리감독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