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수입 증가율이 경기부진, 법인세율 인하, 저금리로 인한 예대마진 감소 등의 영향으로 큰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씀씀이 증가율도 불가피하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공공부문계정(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일반정부+비금융공기업+금융공기업)의 총수입 규모는 670조5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까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최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1.3%) 때보다도 낮다.
이는 전기료, 가스비 등 비금융공기업의 요금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으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 저금리 기조로 인한 금융공기업의 예대마진 축소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일반정부의 국세수입은 201조9000억원으로 전년비 1조1000억원 줄었다. 국세수입이 감소한 것은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조8000억원)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그 주원인으로는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또 2012년 낮춘 법인세율의 영향도 반영됐다.
공공부문에 들어오는 돈이 줄다보니 지출 증가율도 크게 줄었다. 작년 공공부문의 총지출 규모는 680조4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 소폭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수입 감소로 일반정부와 금융공기업의 지출 여력이 축소되면서 총지출 증가율이 2008~2012년 동안의 연평균 7.9%에 크게 못미친 1.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저축투자차액은 -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적자규모가 4조9000억원 확대됐다. 공공부문의 저축투자차액은 2008년부터 6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우리나라 공기업의 씀씀이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공기업(비금융 및 금융공기업)의 저축투자차액(총수입-총지출)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였다. 같은 기간 일본(0.5%), 캐나다(0.0%), 덴마크(0.7%), 영국(0.2%), 호주(-1.0%) 등보다 치출 초과 규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전체 저축투자차액이 명목GDP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서 낮으나 공기업의 경우에는 지출초과 규모가 크다”며 “이는 국내 공기업들이 국책사업 관련 투자지출을 많이 하고 공공요금의 현실화율도 낮은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