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식량유통구조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낙후된 식량 유통 구조 때문에 2억5500만명에 달하는 빈민층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설립된 지 50년이 넘은 인도 곡물유통공사(FCI)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평가단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디가 제시한 경제 개혁의 하나로 오는 15일(현지시간) 인도 독립기념일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FCI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량 배급기관이다. 그러나 공급망이나 저장시스템에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못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30마일 떨어진 곳에는 공터 한복판에 포대에 담긴 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썩어가고 있다. 인도 정부가 이처럼 내버려두다시피 공터에 보관하고 있는 밀의 양은 300만t에 달한다.
이는 아프리카 케냐 전체 국민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식량이 공터 한복판에서 해충이나 습기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밀이나 쌀이 쌓여 있는 채 썩어가는 동안 6분의 1이 넘는 인도 국민이 일일 섭취하는 칼로리는 2100칼로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성인 남자 일일 권장 칼로리는 2500, 여자는 2000칼로리다.
농업 분야의 인도 대기업인 가우탐아다니의 최고경영자(CEO)인 아툴 차루트베디는 “가족이 먹는 밀 포대라고 생각한다면 오픈 된 장소에 밀 포대 자루를 비닐로 씌워만 뒀겠냐”면서 “우리 국민이 먹는 밀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막대한 규모로 FCI를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FCI의 식품 저장용량은 3900만t이나 이중 330만t 정도가 비닐백 안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저장공간이 부족한 데다 이를 전국 곳곳에 제때에 공급할 만한 보급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인도 델리공과대학에 따르면 밀이나 쌀 공급의 혜택을 받아야 할 빈민 가구 중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가구가 44%에 달한다.
특히 모디 정부가 올 회계연도에 식량 보조금으로 190억 달러(약 19조57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인 가운데, 정부 지원책이 빈곤층 모두가 혜택을 받도록 하려면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그의 구조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FCI가 오랜 관료주의로 타성에 젖어 있는 데다 강경 노조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대법원의 식품 관련 자문위원인 비라즈 팻나이크는 “식량유통구조 개혁이 최소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