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정부패와의 전쟁’ 성패가 왕치산에 달렸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왕치산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반부패 활동 사령탑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고 왕치산이 기율위 서기로 임명됐을 때 많은 사람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왕치산은 1990년대 말 부실 국영은행 청산과 2003년 사스 위기 해결 등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했으며 외국 인사들과의 관계도 원만해 새 정권에서 경제 분야를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왕치산이야말로 중국 최대의 난제를 해결할 적임자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왕치산의 과거 동료이자 친구인 황장난은 FT와의 인터뷰에서 1998년 왕치산이 광둥성 부성장으로 부실 금융기관 처리를 맡았을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왕치산이 걱정돼 그가 손대려는 은행가들이 얼마나 강력한 권력을 가졌으며 고위 정치지도자들과 가까운지를 얘기했다”며 “만일 왕치산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 이런 은행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왕치산은 그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단호하게 나의 말을 막았다”며 “그는 매우 결단력이 있고 끈질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걸맞게 왕치산은 18개월여의 반부패 활동 끝에 100만명의 당ㆍ정 고위 관리의 4분의 1에 달하는 25명의 비리를 포착해 처벌했다. 그 가운데는 39명의 부총리 이상급 관리들도 포함됐다. 왕치산의 당내 서열은 6위이지만 실질적인 서열은 시진핑에 이어 2위라고 FT는 강조했다.
기율위는 지난주 부정부패의 ‘호랑이(고위관리)’로 일컬어 지던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정치계뿐 아니라 부정부패의 온상인 국영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도 왕치산의 철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저우융캉의 핵심 인맥 중 하나로 인식되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가스(CNPC) 임원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갔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뇌물 수수 등 부적절한 관행이 적발돼 곤욕을 치렀고 럭셔리업체들은 반부패 역풍에 따른 매출 부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왕치산은 2년 전 그의 동료들에게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고전인 ‘구체제와 프랑스혁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에 대해 그의 오랜 친구들은 “왕치산은 이 책을 권해 당 간부들에게 ‘개혁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지배 엘리트들 자신의 머리를 단두대 위에 올려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