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연쇄적으로 하락하면서 선진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가 1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사상 처음 1% 밑으로 하락했다. 이어 15일에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1년 4개월 만에 0.5%를 밑돌았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4%선이 깨지며 2.34%로 주저앉았다.
우크라이나와 이라크의 긴박한 정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것도 이들 국채 금리 하락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는 하락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잠재성장률 저하가 국채 금리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선진국 국채 금리 하락의 기점이 된 14일 유로존(유로 사용 18개국) 주요 지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됐다. 유로존과 프랑스는 전분기 대비 거의 변화가 없는 ‘제로(0)’성장을 기록했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위축세에 빠졌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국채 매수세를 유발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 군다라흐 공동 설립자는 “채권시장에서 ‘추세추종매매(momentum trade)’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국채는 유럽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세추종전략은 상승이나 하락 등 한 추세가 이어질 것을 예상해 해당 추세에 맞춰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금리가 내려가도 기업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임금과 물가상승률도 둔한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카다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선진국)의 일본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유로존은 과거 일본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경제에 신중한 견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진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실물경제보다 투자 수익을 강하게 자극해 현재 주가와 채권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지나치면 버블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