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가입이 의무화된다. 오는 2022년에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가 확대된다. 주식, 펀드 등 위험자산 보유한도가 40%로 묶였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운용 규제는 확정급여형(DB) 수준인 70%로 완화된다.
정부는 오는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짧고 소득대체율도 노후보장에 충분치 않아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체 168만7476개 중 15.6%인 26만2373개에 불과한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개선해 노후 보장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16년 300인 이상, 2017년 100인 이상, 2018년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해 2022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행 퇴직연금은 3월 말 현재 499만5000명의 상용근로자(48.2%)가 가입해 85조3000억원이 적립돼 있으나 도입 비율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1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도입 비율이 11%, 10~29인 37.6%, 30~99인 44.8% 정도다. 반면에 500인 이상 사업장은 87%가 도입됐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고 사항이지만 의무가입이 확대될 경우 앞으로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까지 가입하게 돼 퇴직연금 사각지대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개별 기업이 기금 운용상의 주된 결정 권한을 갖는 퇴직연금 펀드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금운영위원회가 자산운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기업은 퇴직 연금 펀드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중소기업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위험자산 총투자한도를 DB형이나 DC형 상관없이 70%로 정하고 주식이든 펀드든 개별 위험자산의 보유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규제가 엄격했던 DC형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 운용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한편 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부처간 불협화음을 빚어 뒷말을 남겼다.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는 세부 방안 등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것. 발표 일자도 당초 27일에서 29일, 28일 등으로 변경되는 혼선을 빚었다.
기재부와 고용부 간에 이견이 지속되면서 오는 2016년부터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업장 수가 300명 이상, 500명 이상, 1000명 이상 등으로 중구난방식으로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제 밥그릇 챙기기’와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