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조기통합을 앞두고 있는 외환은행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심도 있는 대화를 위해 이사회 일정을 미뤘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총회 파행 등 간극만 더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오전 11시 부터 서울 KBS 스포츠월드에서 임시조합 총회를 열 예정이었다. 조기 통합에 대한 직원들의 찬반 의사를 묻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정족수 부족으로 총회는 파행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본사가 총회를 방해하기 위해 직원들을 억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직원들이 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점장들이 밤 12시까지 퇴근을 시키지 않거나 조기출근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점에서는 총회 참석자들에게 대기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노조는 "직원들에게 총회 참여 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을 하거나 조기 출근을 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보여지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에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다. 직원들을 일부러 막은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사회 일정까지 미뤘는데 우리가 지금 노조를 자극하는 행동을 할리가 있겠느냐"며 "직원들을 억류했다란 표현까지 나온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노조 총회가 하나ㆍ외환은행 통합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만약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조기 통합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하나ㆍ외환은행 통합의 첫 관문인 외환카드도 출범한데다 지난달 부터 TFT가 가동되고 있어 김정태 회장이 말한 연내 통합 목표는 문제가 없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통합 절차가 마무리 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통합은행장 선임 절차 역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노조의 예상대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면 하나금융의 고민은 커진다. 인가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두 은행 통합은 노사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반대가 더 많은 상황에서 통합 승인 요청을 해도 거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노조 예상보다 반대표가 더 적게 나왔을 경우다. 노조가 예상한 것 보다 찬성하는 직원이 더 많다면 노조는 지금처럼 협상테이블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A은행 관계자는 "노조는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찬성표가 나온다면 그 표를 던진 직원들의 뜻이 뭔지도 고민해야할 것"이라며 "사측도 노조에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라'라고 할것만 아니라 회장이나 행장이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갈 정도로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