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금리의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고 했으나 지난 8월 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기회복세가 타격을 받은 것과 함께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금리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8%), 심리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금리인하의 효과, 가계부채 급등 가능성 등으로 전달 금리인하는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는 추가 금리인하를 위한 군불때기 또다시 돌입했다. 최 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에 열린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며 금리인하 요구를 노골화했다.
이에 이 총재는 8월 금리인하 때처럼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취임 후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최 부총리와 채권시장에 떠밀려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전 세계적 저성장·저물가 현상과 국내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맞물려 통화정책이 물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고 있는 점을 설명하며 “통화정책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완화 등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총재가 최 부총리의 압박에 ‘반격’에 나선 것인지는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후 정권실세였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 부총리처럼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강단 있기로 유명한 이성태 전 총재는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그해 8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맞섰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10~12월 네 차례 걸쳐 금리를 내렸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은 물론 정치권의 뒷배까지 있어 강 전 장관보다 더 전방위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가 한은의 중립성을 얼마나 지켜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