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의 주인공이었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취임 1년여만에 물러나면서 KB금융은 경영진을 새로 구성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차기 수장을 선출하는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관피아, 연피아, 금피아 등 회장이나 행장의 막강한 금융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학연·지연의 줄대기 문화가 반복되면서 CEO 리스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모피아와 키피아의 갈등 = 임 회장은 흔히 관피아로 알려져 있지만 낙하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행정고시(20회)에 합격한 후 재정부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2차관을 거쳐 2010년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작년 7월 모피아 논란 속에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KB금융 수뇌부 내분 사태의 근본 원인은 관치금융에 따른 낙하산 인사와 파벌싸움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해 온 모피아 출신 임영록 회장과 박근혜 정부 들어 파워 세력으로 자리잡은 키피아(금융연구원 출신)들의 이건호 행장이 파워게임을 벌인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낙하산 인사가 많다 보니, 파벌싸움과 줄대기도 KB금융의 골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임 회장은 평소 지나친 원칙주의자로 소문난 이 전 행장도 이때부터 참지 못하고 그의 절대 권력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KB내분사태 갈등의 배경 된 IT본부장 인사 마찰이다.
◇ CEO 견제 장치 마련해야 = KB금융 이사회는 오는 19일 임 회장 해임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선 경영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곧바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KB금융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회추위는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되며 내·외부의 후보군 중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내부 후보는 전 계열사 상무급 이상 임원이며 외부 후보는 주주와 사외이사 등이 추천한 인물로 구성된다.
차기 회장이 선출되면 지난 4일 금감원에서 문책경고를 받고 자진 사퇴한 이 전 행장의 후임을 뽑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은행장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된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선정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금융지주사 구조에서 수장을 뽑는다면 ‘제2의 KB내분사태’는 또 벌어질 것이란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특정 계열사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왜곡된 권력 구조를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다툼이 계속해서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속에서 학연·지연 등과 같은 줄대기 문화가 반복되면서 직원들은 본업보다 권력의 향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 체제는 옥상옥 구조로 돼 있다”라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제2의 KB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