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한전 부지 얻고 투자자 신뢰 잃어

입력 2014-09-18 16:58 수정 2014-09-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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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아니냐는 주주들 반발도 나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인수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인수가를 감정가의 3배 이상인 10조5500억원을 써내자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차 컨소시엄 관련주들에 대한 투매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에 삼성동 부지를 얻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배임 아니냐며 반발을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4대 숙원사업 해결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뚝심에 삼성그룹마저 혀를 내둘렀다. 정 회장은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000억원을 제시하며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렸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인수가로 당초 4조~5조원대를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5조원대 초반의 인수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두배 이상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제2의 도약을 상징하고,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상위 5위 진입,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 그리고 통합사옥 건립 등 4대 숙원사업을 품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숙원사업이 통합사옥 건립. 글로벌 5위 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사옥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 부지 얻고 투자자 신뢰는 잃어 = 10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한전 부지를 얻음으로써 정 회장의 마지막 숙원을 해결했지만 정작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잃었다는 것이 시장 반응이다.

인수 컨소시엄에 포함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가에 주식을 내다팔기 바빴다.

현대차는 9.17%가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4조4056억원이 증발했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7.80%와 7.89%가 급락하며 2조268억원과 2조1415억원이 날라갔다.

결국 정 회장은 자신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10조5000억원을 써야 하고, 이로 인해 8조 5739억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에 날라간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0만대 생산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 1조원이 들어간다”며 “한전부지 인수가와 건설비용까지 하면 15조원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450만대 생산공장 설비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상위 자동차 기업 중에 배당과 연구개발비 재원인 현금을 이렇게 몇몇 사람의 결정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냐”며 “오너 회장의 숙원을 풀기 위한 비용으로는 너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금이 26조원인데 10조 5000억원의 현금을 이렇게 쓰면 가만히 있을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냐”며 “일부에서는 배임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관투자자는 “일시적인 충격은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주주들의 분노가 사라지게 되야 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긍정적인 분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매입을 통해 얻을 무형가치와 시너지 효과가 인수가격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투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90억달러와 47억달러로 일본 도요타의 353억달러, 혼다의 185억달러에 한참 못미친다"면서 "장기적으로 부지 매입에 따른 무형가치와 시너지 창출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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