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파란눈의 외국인 선수는 심판 판정이 나오자마자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든다. 화가 났다는 뜻이다. 거침없는 욕설도 퍼부었다. 들어보니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우리말이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외국인 선수의 욕설 영상은 고스란히 온라인에 스며들었다. 경기장의 관중도, TV 앞에 있던 아이도, 컴퓨터를 켠 청소년들도 원하지 않았던 그의 욕설을 들어야 했다.
애꿎게 관중한테 분풀이하는 야구선수도 있었다. 경기에 패한 그는 분풀이로 관중석을 향해 물병을 집어 던졌다. 이미 국제경기에서도 비슷한 행동으로 나라 망신을 시킨 적이 있었다. 판정에 불만을 품고 카메라 앞에서 포수 미트(글러브)를 거칠게 집어던졌던 장본인이다.
2014년 현재, 우리 야구선수 그리고 농구감독의 모습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보다 경기에 이기는 선수에만 열광해왔다. 과정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싸움(?)에서 이겨야 인정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수는 물론 감독도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모습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부만 염두에 뒀다.
물론 이들의 이런 승부욕과 이겨야 한다는 열정이 대한민국을 규모 이상의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발판이 됐다. 덕분에 국제경기에서 한국의 위상도 적잖게 단단해졌다.
반면 그동안의 경기 결과만큼 성숙한 스포츠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 심판과 관중을 향해 분풀이를 해대는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농구장과 야구장 등 승부와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 경기장에는 비단 선수와 감독만 존재하지 않는다. 농구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왔을 팬도, 그리고 선수들을 바라보며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최근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 오심과 편파 판정이 스포츠계의 논란으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심판에 대한 선수들의 항의와 거친 행동이 당위성을 지닐 수 없다.
오늘 인천에서 2014 아시아경기대회가 개막한다. 우리 대표팀은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보다 성숙한 경기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몇몇 국제경기에서 보여줬던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을 만회할 기회다. 적어도 부끄러운 행동으로 망신 당하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나아가 이들을 지켜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에 대해 무조건 비난하고 채찍을 휘두르기보다 진심어린 격려와 편견없는 박수로 선수를 응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