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낭비 사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일회용 종이컵은 천연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급 화장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 종이컵 1톤을 회수해 화장지로 재활용한다면 40년생 소나무 19그루를 절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재활용이라도 이뤄진다면 폐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전체의 14%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재활용되지 못한 종이컵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종이컵이 땅속에서 자연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년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한 번 쓰고 버린 종이컵이 20년간 땅속에 남아 환경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일회용컵 회수시스템은 정부와 식음료업체들이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뿐이지만 전체적인 감축효과는 제한적이다.
일부 매장은 양호하지만 일부 매장은 회수요건(매장 내 사용된 일회용 컵 90% 회수)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편차가 나타나는 것. 환경부가 올해 초 커피전문점 13개 업체와 국내외 패스트푸드 전문점 5곳을 불시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9곳에서 1회용품이 남용되고 있었다.
이마저도 전체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커피전문점 21개 업체 4935개 매장 중에서는 9개사 2969개 매장만이,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경우 베스킨라빈스 1232개(매장 비중 80%)만이 환경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가운데는 크라제버거를 제외한 5개사 1562개 매장이 자율적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를 제외한 전체 식음료업체의 일회용 종이컵은 방치돼 있다.
사실 식음료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종이컵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연간 135억개 종이컵 사용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되는 고평량종이컵은 20억개, 자판기와 일반사무실 등에서 쓰이는 저평량 종이컵은 115억개로 각각 추정된다. 저평량 종이컵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정·제도·협약은 없는 상황이다.
한때 ‘공공장소 컵 회수대 설치’ 방안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첫해 시범운영을 끝으로 폐지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공공장소에 컵 회수대를 설치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시도였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지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물질이 혼입된 종이컵은 재활용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며 “회수대 안에 있는 종이컵 대부분이 담배꽁초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기 때문에 따로 선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