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전권회의는 1865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전신이 허용되지 않을 때 국가별로 다른 통신체계를 조정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 국제기구다. 150년 역사에 걸맞게 세계에서 첫 번째로 설립된 국제기구이며 국가 간 공식기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 31일 당시 통신망 자체가 없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ITU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앞서 1949년 ITU 가입을 신청했지만 전체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족하지 못해 당시 가입이 불발됐다. 당시 가입국은 61개국이었으며 이들 국가 중 34개국만 찬성했다.
우리나라는 가입 이후 1989년 이사국이 된 이후 6회 연속 이사국에 선임됐다. 올해에는 의장국으로 ITU 전권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1994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ITU 전권회의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같은 주기로 개최되는 올림픽에 빗대어 ‘ICT 올림픽’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4년을 주기로 5개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며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국가를 대표해 참석한다. 또한 자국 입장을 글로벌 ICT정책으로 결정하기 위해 각각 사전회의를 거쳐 전권회의에 제안하게 된다. 대륙 간 순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가 다시 전권회의를 유치하려면 8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올림픽과 다른 점은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올해에는 193개국에서 장관을 포함한 정부 대표단과 국제기업 수장, 기업 대표 등 3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멕시코 전권회의에서는 174개국에서 장·차관급 131명과 대사 50명, 일반인 2378명 등 총 2550여명이 참가했다. 또한 올해 전권회의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6가지 공식 언어를 사용한다. 멕시코 전권회의에서 이들 6개 언어를 대등하게 사용하도록 결의한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는 전권회의 개최로 얻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7118억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수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