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질 때 먹었던 시장 잔치국수 맛이 나는 그런 시(詩)를 쓰고 싶습니다. 여전히 멀었습니다." - 신현복 시인
시인이자 건설사 홍보임원을 지낸 신현복 시인이 1일 네 번째 시집 '그쯤에서 눕길 잘했다'를 펴냈다.
신현복 시인이 새로낸 시집 '그쯤에서 눕길 잘했다'는 2005년 '문학·선' 하반기호에 등단한 이래 2009년 '동미집', 20
건설·부동산관련 홍보전문 대행사인 케이스퀘어피알은 피알메이트로 사명을 변경했다고 6일 밝혔다.
김격수 피알메이트 대표는 "기존 사명이 일반인에게 너무 어려워 단순하고 기억하기 쉽게 피알메이트로 사명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피알메이트는 지난 2011년 설립한 이래 대우건설, GS건설, 한라 등 국내 대형건설사의 분양홍보를 진행해 왔다.
하얗게
눈 쌓인 아침 공원
도란도란 걸어간 발자국
어깨 기대고 걸었을까
안쪽으로 깊이 기울기도 했고요
입맞춤하려다가 들켰을까
저만치 튕겨나갔다 오기도 했네요
마주보고 서 있기도 하고요
여기서부터는 업고 걸어갔는지
한 사람 발자국 보이지 않아요
설레는 가슴과 가슴 포개고
어떤 귓속말 속삭였을까
호수는 중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동서남북의 가운데가 중심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가장 수심 깊은 곳이 중심이라고도 주장하지 않는다.
호수는 누구에게든 자기의 중심을 내어 준다.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중심으로 받아들인다.
청둥오리나 황소개구리, 청개구리나 소금쟁이에게도, 물방개나 실잠자리에게까지도 공평하다. 심지어는 바람에 날려 온
허풍이 좀 늘었다는 거 부정하지 않을게요
잉여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스펙 신경 쓴다는 것도 그래요 인정합니다
관심이라도 좀 받아야 숨통 트이네요
어차피 그랜드세일이다 바겐세일이다 뭐다
어느 정도는 부풀려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
그래도 현상수배 신세에 비하면 제법 풀렸다네요
그러니 베풀 듯 선심 쓰듯 받아들이진 말아주세요
버려질 게 예정된
참새는 결코 걷지 않는다
아무리 짧은 거리도 부리가 닿지 않으면
반드시 날거나 뛴다
기와지붕 추녀 틈 참새집을 기억한다
유년의 작은 손으로도 간신히
몇 뼘은 파고들어야 닿을 수 있었다
먹이를 물고 둥지에 이르기까지
그 거칠고 비좁은 생(生)을 폴짝폴짝
정수리 얼마나 아팠을까?
비닐봉투를 들고 환하게 웃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당신을
아버지 봉분에서 내려다보이는 추수 끝난 들판은 알 거두어들인 장기판이다
통나무 그 촘촘한 결 그대로 살아 있던, 아버지 술심부름 시키려고 슬쩍 펼치시던 그 장기판이다
아버지는 항상 면상장기를 두셨는데 늘 象馬土로 수비부터 견고히 하셨다
물려줄 것 없는 너희 5형제도 이처럼 살아야 한다 하시며 兵들을 중앙으로 뭉쳐놓은 다음에야 車包 공격을 시작하셨
덜커덩 드르르르륵광막한 도심 대기의 창 너머로마지막 전철 박음질 마감하는 소리 들린다새벽부터 실을 골라 몸에 감았을아내의 바느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작문에 수학 정해에 벌써 맨투맨까지책갈피 속에서 온종일 낑낑대고 있는 큰 녀석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력평가지신발장 위 축구공처럼바짝 쪼그라져 있는 작은 녀석아내는풀죽은 눈빛들을 미소로 끌어안으며어린 그 가슴
메밀꽃 핀 그림 액자 하나 걸으려고 안방 콘크리트 벽에 박는 못 구멍만 만들고 풍경은 고정시키지 못한다 순간, 그 구멍에서 본다 제 몸의 상처 포기하지 않으려고안간힘을 쓰고 있는 벽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떨어져 나온 조각들 벽, 날카로운 못 끝을 생살로 감싸 안아야 못, 비로소 올곧게 서는 것을 망치질 박힘만을 고집하며 살아온 나 부스러지려는
어머니, 몇 물 째 따다 말리시는 건가요
할머니 방에 고추가 널려 있다반쯤 마른 채 매운 냄새 짙게 풍기고 있다듬성듬성 짓무른 것도 보이고바싹 마른 것들은 푸대에 담겨 있다아랫방에다 말리면 되는데 싶어 여쭸더니창문을 그렇게 열어 뒀는데도돌아가신 할머니 냄새 도무지 가시지 않아심통 좀 부렸다며 슬쩍 웃으신다
그렇구나, 방안 가득 이 붉은 것들 한 때는시퍼
뒤란 장독대 빛바랜 항아리다. 막붓으로 거칠게 칠한 빗살무늬 생, 그 사이 사이마다 지나온 흔적 땟국으로 묻어 있다. 아흔 일곱 지금도 동미집 과수댁, 노환으로 웃음그늘 깊고 입담 걸어 차라리 더 명품이다. 한 백년을 사시고도 이름 두자 얻지 못해 名不詳*으로 호적에 올라계신 할머니, 품고 살았던 날 들 다 부리시느라 토방에 앉아 찌끼뿐인 텅 빈 시간 말리
삽교호가 바다였던 고향 당진은통통배 몇 척 오가는 외딴섬 같아신례원 거쳐 온양 천안으로 돌아야 겨우서울로 갈 수 있었다그 허기 깊은 숲에서도 뻐꾸기들낮에만 울었다
진달래 꽃망울 터지듯폭음 울리기 시작한 후 몇 해서울 가는 지름길이 생긴 날 저녁내 친구 영규도헬기처럼 큰 날개 달겠다며 서울로 갔다칡뿌리 씹듯 씹어대던 유조선 만드는과학자 꿈 포기하고
어
곱창집에서 소주 한잔 했네
하는 일들은 좀 풀리냐고 묻지 않았네
애들은 공부 잘 하냐고도 물어보지 않았고
새로 출범한 정부의 공약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네
‘아줌마 정구지 더’ 하고 외치는 소리에
부추 넣고 끓인 재첩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숙취해소에는 미나리가 최고라며 너스레 떨다가
고향집 밥상 우거지에서 시락지까지
부드럽게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