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챔피언벨트를 잘 지켜줘서 고맙다.” 선한 미소를 띤 청년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분노였다. 그의 보이지 않는 분노가 기자회견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1992년 11월 일본 오사카 부립경기장에서 열린 세계권투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49㎏) 챔피언 이오카 히로키(일본)의 2차 방어전에 앞선 기자회견장 풍경이다. 도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엔 오래된 상가 건물이 많다. 그중에서도 더 낡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 있다. 건물 안 낡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샌드백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복싱 체육관이다.
평일 저녁 7시. 체육관이 한창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젊은 남성 한두 명만이 샌드백을 두드리며 땀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불과 10여년 사이 인기종목에서 극심한 비
지난 2004년 한국 스포츠사를 다시 쓰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열여덟 살 소녀복서 김주희(27ㆍ거인체육관)가 국내 최초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빵을 훔쳐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던 꼬마아이가 세계챔피언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복싱 입문 3년 만이다.
김주희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글러브를 꼈다. 어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