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857~?)이 ‘양양 이 상공에게 관급을 사양하겠다고 올린 계문’[上襄陽李相公讓館給啓]에는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행시주육(行尸走肉)과 함께 주옹반낭(酒甕飯囊)이라는 말이 나온다. 술독과 밥주머니라는 뜻이다. 둘 다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는 걸 일컫는 말이다. 특히 주옹반낭은 먹고 마실 줄만 알 뿐 일을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사람을 가리킨다.
학문을 대강대강 하는 것을 광학(曠學)이라 하고, 아예 그만두는 것을 작철(作轍)이라고 한다. 曠은 넓은 들판, 광야와 함께 비다, 공허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광학과 작철을 경계해야 한다.
공부가 얼마나 엄숙하고 치열한 일인지 잘 알게 해주는 말이 있다. “무릇 사람이 배우기를 좋아하면 비록 죽어도 살아 있는 듯하고,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