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앤큐리텔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말까지 차입금 2000억원 정도를 줄이려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SK 교환사채(EB)의 주식 교환, 팬택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일 계획이지만 SK 및 팬택의 주가가 부진한 탓에 녹록치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 연말까지 차입금 2000억원 축소 차질
27일 팬택앤큐리텔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현재 회사의 부채비율은 580%에 이른다. 올 1분기말(523%)에 비해 57%P 늘었다. 차입금 규모도 6274억원에서 6920억원으로 646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로인해 팬택앤큐리텔은 2분기 영업이익 20억원에도 불구하고 이자비용 등이 영업외비용(305억원→524억원)을 키우며 420억원 경상손실을 기록, 1분기에 비해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 규모도 319억원으로 역시 적자 전환했다.
지난 한 해 나간 이자비용만 251억원, 올 상반기에는 182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팬택앤큐리텔은 지난 7월31일 올해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를 통해 올해 말까지 약 2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재무구조 계획을 발표했다.
SK EB 주식 교환을 통해 1100억원 가량 부채를 줄이고, 보유중인 팬택 지분 중 10% 가량을 1000억원 가량에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최근 증시에서 불거지고 있는 팬택 지분 매각설은 ‘설(說)’이 아닌 팬택앤큐리텔이 이미 공식적으로 밝혔던 내용이다.
◆ SK 주가 부진 EB 주식 교환 걸림돌
그러나 현 상황은 팬택앤큐리텔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데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SK EB 주식 교환이 원활하지 못하다.
팬택앤큐리텔은 지난해 7월 SK텔레텍(팬택에 흡수합병)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K 주식 1.26%(161만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1100억원 가량을 발행했다. 만기는 오는 2008년 7월까지다.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팬택앤큐리텔의 EB 발행으로 예탁한 SK 주식에 대해 현재 교환청구가 이뤄진 주식은 약 2000주~3000주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남아있는 EB가 팬택앤큐리텔이 의도하는 대로 원활하게 주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SK 주가가 발행가를 웃돌아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
교환사채의 교환가격은 6만8000원. 반면 SK 주가는 지난 4월10일 올해 최고치(종가 기준)인 7만32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26일 현재 6만300원에 머무르고 있다.
◆ 팬택 지분 10% 매각 계획은 더욱 요원
게다가 팬택 지분 중 10% 가량을 1000억원 가량에 매각한다는 계획은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팬택앤큐리텔은 팬택의 최대주주로서 48.09%(5417만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올 2월8일 7050원까지 상승했던 팬택 주가는 현재 3790원 수준으로 연중 최고치에 비해 46.4%나 급락한 상태다. 팬택앤큐리텔이 현 시세대로 지분 10%(1126만주)를 넘긴다고 할 경우 유입되는 현금은 427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팬택앤큐리텔이 예상하고 있는 1000억원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팬택 주가가 8877원 정도가 돼야 하지만 이에는 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 시세대로 1000억을 맞추려면 지분 23.4%(2639만주) 정도를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팬택앤큐리텔의 팬택 보유지분은 24.7%로 낮아진다. 박병엽 팬태계열 부회장, 팬택씨앤아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도 29.0% 정도 밖에 안돼 상대적으로 지배 기반이 약해진다. 이 같은 상황은 팬택앤큐리텔이 원하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 팬택앤큐리텔 관계자는 “연말까지 2000억원 차입금 상환한다는 계획은 모두 주가란 외부변수에 좌우되는 것이어서 현재로서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며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