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의 90% 이상은 대학이 아니라 기업에서 배출된다. 와해적 혁신의 성공은 사내기업가에 달려 있다. 더 나아가 기업에서 스핀오프(spin-off)되는 사내기업가들이 미국 혁신의 주역들이다. 바다로 간 연어가 성장해 강으로 회귀하듯, 혁신에 성공한 스핀오프 기업들이 대기업에 귀환해 개방혁신을 이끌고 있다. 스핀오프 기업에서 다시 창업의 DNA가 확산돼 핵분열하듯이 벤처 클러스터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정체된 기업의 사내 혁신은 물론, 벤처창업과 개방혁신을 통한 국가 혁신을 사내기업가들이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사내벤처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너무나 많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인구 150만의 도시 오스틴(Austin)에서 티볼리(Tivoli)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벤처 클러스터 형성을 촉발한 사례를 도호쿠대학의 후쿠시마 교수가 발표했다. 1989년 IBM사의 4명의 직원들이 스핀오프하여 티볼리를 창업했다. 오스틴시에서 최초로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1996년 IBM에 7.5억불에 인수됐다. 이때부터 티볼리의 벤처경험을 체득한 인재들이 대거 벤처창업에 나서 Motive, Spiceworks와 Noesis Energy 등 무려 26개의 스핀오프 창업이 이루어졌다. 오스틴이 자랑하는 SXSW(south by south west)축제가 음악에서 소프트웨어로 진화하게 된 역사의 시작이었다.
놀라운 숫자들을 살펴보자. 26개 회사 중 20개사, 즉 77%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고 39%인 10개사가 M&A로 성공적인 회수를 실현했다. 실패는 불과 7%인 2개사에 불과했다. 회수에 성공한 벤처인들 중 10명 이상이 벤처캐피털이 되어 벤처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0명 이상은 또 다른 창업을 하는 연속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됐다. 더 중요한 사실은 연속창업가가 포함된 창업의 성공적 회수율은 47%로 그렇지 않은 경우의 27%보다 월등히 높았다. 마치도 핵분열하듯이 스핀오프, 벤처캐피털 변신, 연속창업, 후속 스핀오프를 통해 거대한 오스틴의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어 간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사내벤처 육성 정책이 형성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와해적 혁신을 유도하고, 스핀오프 혹은 스핀아웃(spin-out)을 통해 국가 혁신 생태계를 기름지게 가꾸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내 벤처에 대한 세제 혜택이 기업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유럽과 중국 등에서는 특허 기반의 사업에 대하여 별도의 세율을 적용하는 특허-박스(Patent-Box)제도가 있다. 영국의 경우 통상적인 23% 법인세 대신, 특허 사업에 대해서는 10%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특허가 혁신을 주도한다는 관점을 확대하면 사내벤처에 대해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사내벤처-박스(CV-Box, coporate venture box)제도로 대기업과 벤처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한국형 벤처 정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내기업가들에 대한 동기부여로서 미국의 제한주식옵션(RSU-restricted stock unit)을 벤치마킹한 가상주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주식옵션은 상장대기업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으니, 가상의 주식을 상정하고 이를 향후 실질적인 주식옵션 효과를 거두도록 하는 제도다.
사내기업가와 모기업의 선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스핀오프, 스핀아웃시 창업팀에 부여되는 혜택에 대한 소득세 개선도 필요한 제도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벤처의 공정한 M&A가 촉진되게 하는 공정거래와 혁신시장 정책이 요구된다.
사내벤처, 창조경제의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