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0일 타결되면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수출 물량이 많은 정유화학업계를 비롯해 항공, 화장품·패션업계 등은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철강업종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보기술(IT)·전자 업종은 소형 가전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자 업종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주력 제품에 이미 낮은 관세율이 적용(반도체ㆍPC 제품은 폐지)되고 있으며, 현지 생산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한중FTA 타결에 큰 소용돌이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 업체들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등 무역정책 변화가 중국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보기술협정(ITA) 때문에 FTA에 상관 없이 이미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품목도 있는 만큼 큰 수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소형 가전 부문은 피해가 예상된다. 값싼 중국 제품 수입 물량이 늘어날 경우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IT·가전업체들은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기술 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과 다른 보급형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 중국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이번 FTA 협상에서 양국 모두의 양허대상에 제외된 만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수입 완성차에 22.5%의 관세를, 자동차 부품은 13.8% 관세를 각각 매기고 있다. 이는 국내 업체가 중국산에 부과하는 완성차 관세 8.0%, 부품 5.1%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한중 FTA 타결 전에도 관세 인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국내 업체 중 중국에서 차를 판매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모두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에 1, 2, 3공장과 쓰촨에 상용차공장을 갖추고 있다. 기아차도 옌청의 1, 2, 3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모두 103만808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1.7% 수준인 1만8000여대만 국내에서 수출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자동차 물량은 3만225대로 전체 중국 판매량인 54만6766대의 5.5%에 그쳤다.
항공·석유화학업계는 한중 FTA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양국 간 무역 확대의 간접적 혜택을 입어 여객과 화물 분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만큼 관세 철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평균 관세율은 3.9%로 한국(3.2%) 보다 높다. 업계는 관세 철폐로 연간 무역수지가 15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패션·화장품 사업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 비용이 줄어들고, 한국에서 만든 의류를 팔 때 관세도 줄어들 전망이다. 온라인쇼핑몰 거래에도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의류, 화장품 등 품목에 대한 ‘중국 역직구’의 수혜도 예상된다.
반면, 국내 철강산업은 피해가 예상된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미 대부분의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FTA를 계기로 국내 시장을 더욱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 중국 철강 제품 가격이 워낙 저렴해 이번 한중 FTA의 관세 철폐 효과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1902만7000톤으로 작년 동기보다 18.7%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은 58.7%에 이르는 1117만5000톤으로 37.1% 늘었다. 중국산의 수입단가는 톤당 730달러로 전체 수입물량의 평균 단가 911달러를 크게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