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점포당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으로 이어지는 영업과 상담이 아직 점포에서 대부분 이뤄지는 만큼 무조건적인 지점 축소가 답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17일 발표한 ‘은행의 효율적인 채널·점포 운영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점포당 순이익은 5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1.6%(6억3000만원)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 점포당 순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0억9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2009년 9억4000만원까지 감소한 뒤 2011년 19억1000만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은행의 점포당 순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수익의 효율성 지표인 점포당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점포당 총수익은 2012년 222억원에서 2013년 201억원으로 21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비용효율성 지표인 점포당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은행의 점포당 판매관리비는 2013년 26억6000만원으로 2012년(26억3000만원) 대비 1.1%(3000만원) 증가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서 연구위원은 “저금리와 저성장 등으로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IT기술 발전으로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국내은행 점포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융거래 중 비대면거래가 전체의 88.4%에 달하는 가운데 2013년 6월말 현재 국내은행 전체 점포(7704개)의 약 10%인 737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6월말 현재 7451개로 2012년 말 대비 247개(3.2%) 감소한 반면 같은기간 점포당 자산은 2578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영업채널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고 해외 은행들은 이미 채널의 효율화를 위해 변신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은행의 효율적 채널 및 점포 전략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은행 고객의 금융거래 이용습관이 기존 점포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는 추세다.
국내은행의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을 보면 인터넷과 자동화기기(CD·ATM)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인터넷뱅킹 서비스 중에는 조회서비스의 비중이 89.1%로 가장 높고 이용횟수는 일 평균 5428만건 수준이다.
또 인터넷뱅킹은 대부분 각종 조회서비스에 활용되는 가운데 자금이체는 일평균 590만건으로 10.8% 수준이며 자금이체 금액은 2007년 일평균 1조8700억원에서 2013년 3조3600억원으로 1.8배 정도 늘어나는 등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뱅킹의 등록고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방식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2010년 260만명에서 2013년 3718만명으로 3년 만에 14.3배나 증가했다.
서 연구위원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영업과 상담은 아직 점포에서 대부분 이뤄지기 때문에 점포의 무조건적인 축소가 답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비용절감을 위한 점포망 축소는 자칫 고객이탈에 따른 수익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점포의 역할 재정립, 영업시간 조정, 창구 폐쇄, 직원교육 강화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채널의 금융상품 판매 기능을 강화하고 콜센터 기능을 통합·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멀티채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채널 간 가격차별화의 허용, 실명확인 방식의 다양화를 위한 금융실명제법의 완화, 콜센터의 영업규제 완화, 계열사 간 정보공유 규제 완화, 복합점포 대상 업종의 다변화 등의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