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저유가 여파로 신흥시장의 환율이 1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달러 대비 신흥시장 환율을 나타내는 JP모건 신흥시장환율지수는 이날 200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이 받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4% 떨어져 간신히 66달러선을 방어했다. 유가는 올 6월 이후 40% 이상 빠졌다. 이는 에너지 기업은 물론 산유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에 직격타가 되고 있다. 강달러에 따른 상품시장의 약세는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멕시코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으면서 경제부진을 겪고 있다. 자원수출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 통화 나이라도 이달 초 달러당 187나이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터키 등 석유 수입국은 과거보다 싼 값에 원유를 들여오는 등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자국통화 하락세는 막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앨런 와일드 베어링스자산운용의 채권 담당자는 “신흥시장의 환율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은 국내이슈보다는 외부적 요인과 관련이 더 깊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자국 통화 가치 약세가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반대로 수입에 있어서는 더 비싼 값에 물건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달러 표시 부채 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