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이 올해 경제 전반에 짙게 깔린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유럽과 일본 모두 초저금리, 양적완화 등 축 처진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으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해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9월 수치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로써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는 14개월 연속으로 1%대를 밑돌게 됐다.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며 디플레 탈출을 선언했던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지난해 5월 일시적으로 3.7%로 오른 이후 꾸준히 떨어지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 CPI 상승률은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0.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2.7%로 전월의 2.9%에서 하락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제시한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다. 문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불발 등으로 인해 유가 하락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디플레이션 견제를 위해 자산 거품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ECB가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올해 초 유럽판 양적완화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다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존의 양적완화 기조 정책을 고수, 디플레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아베 총리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둔화한 물가상승률 등에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중앙은행의 지나친 대응이 오히려 더 큰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며 시중에 지나치게 돈을 풀다가 물가만 오르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