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운용사들이 부진한 펀드 시장 업황을 쇄신하자는 차원에서 ‘새둥지 틀기’ 바람을 선택해 이목이 쏠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사옥을 이전한 운용사들은 현대, JB, 마이에셋운용 등이 꼽힌다.
2008년 출범직후 서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영업을 하던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서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로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지난해 CEO를 새로 선임한 IBK자산운용도 2010년부터 입주 중이며, 주변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국회 등이 인접해 있다.
지난해 교직원공제회 본사 리모델링으로 이삿짐을 싼 마이에셋자산운용도 IFC에서 영업을 영위중이다. IFC에는 맥쿼리투신운용과 코스모운용이 이웃사촌으로 입주해 있다. 그동안 기관, 법인 위주로 내공을 닦은 코스모자산운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실장 출신인 장재하 신임 대표 선임 이후 대주주인 일본계 스팍스 그룹과 시너지를 통해 올해부터 리테일 영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각오다. 장 대표는 “여의도가 금융투자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기관, 개인 영업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어윤대 전 KB지주회장과 김기홍 전 KB은행 수석부행장을 각각 고문과 신임 CEO로 임명한 JB자산운용(옛 더커운용)도 강남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9월부터 여의도 한양증권에 터를 옮겼다.
KB출신 거물들을 잇달아 영입한 JB자산운용은 운용업계 최장수 준법감시인 출신인 장봉기 씨를 경영지원본부장으로도 영입했다. 장 본부장은 1999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삼성자산운용에서 무려 15년간 준법감시인으로 역임한 바 있다.
JB운용 측은 “업계 베테랑들 영입은 더커운용 인수 이후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인재 영입과 업무 시너지를 고려해 사옥도 강남이 아닌 여의도로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사옥 이전을 택해 소위 ‘대박’ 반열에 오른 운용사들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국내 가치투자의 명가(名家)로 알려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강남생활을 청산하고 동판교로 본사를 이전한 이후 성과와 수탁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공교롭게도 판교 이전후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5000억원이 넘는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판교는 풍수학적 측면에서 금 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명당으로 부귀영화가 모이는 자리로, 고객이 행복한 부자로 거듭나는 가치투자의 산실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라며 “펀드매니저는 남들과 다른 생각과 정확한 판단,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휘해야 하므로 시장의 소문과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고 이같은 측면에서 판교는 루머와도 멀고, 주변에 엔씨소프트, NHN 등 신기술 기업과 밀접해 적합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7월 여의도를 떠나 북촌 한옥마을로 터를 옮긴 메리츠자산운용도 존 리 대표 선임 이후 지난 한 해동안 2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유입하고 주식형펀드 부문에서 최상위 성과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