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당인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구상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그 근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패’를 거론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TPP 체결 필요성과 이를 위한 신속협상권(TPA) 부여 요청을 반대하면서 그 논리로 한미 FTA 실패를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TPP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무역 현안 해결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또 행정부가 무역 협성 전권을 위임받아 의회 승인 없이 협상에 나설 수 있는 TPA를 부여해달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패스트트랙’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외국과 타결한 무역 협상을 의회가 승인 또는 거부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은 손질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상ㆍ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 권한 이임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으나 농업 또는 철강·자동차 산업 중심지를 지역구로 둔 상당수 민주당 의원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국정연설을 앞두고 이날 낮 기자회견을 열고 TPP 체결과 권한 부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 그 이유로 일제히 한ㆍ미 FTA를 지목했다.
로사 들로로(코네티컷) 의원은 “TPP는 2년 전 발효한 한·미 FTA를 빼닮았다”며 “한국과의 FTA로 미국의 대 한국 무역 적자는 50%나 늘었고 일자리 6만개가 사라졌다. 한국산 제품은 밀려드는 반면 미국의 일자리는 빠져나가고 있고 근로자 임금도 그대로다”라고 주장했다.
루번 갤러고(애리조나) 의원도 “중산층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TPP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한·미 FTA라는 사례가 있다. 불과 2년 전에 체결됐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무역 적자가 50% 불어나고 벌이 좋은 미국 일자리 5만개가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TPP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보다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지역(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무역 규칙을 쓰려 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 우리가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TPP 협상에는 미국, 일본 등 아·태 12개국이 현재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협상 참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