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7개월 만의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중국도 전세계 환율전쟁의 영향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ㆍ달러 환율을 달러당 6.1384 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인 지난 23일의 6.1342위안과 비교해 0.07% 하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고시 환율이 중국이 지난해 3월 하루 환율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하고 나서 위안화 가치 약세 하한에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27일 분석했다. WSJ는 인민은행의 이같은 조치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대적인 양적완화(QE) 결정으로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최근 11년 사이 최저치로 주저앉은 것과 때를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 역시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이달에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환율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WSJ는 지난해 중국의 성장이 24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시행된 이 조치가 수출과 인플레이션 두 가지를 겨냥하고 있다며 수출 부진 속에서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5년여 만의 바닥인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2년여 만에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지난주에도 후속 인하를 추진하는 등 통화 방어를 위한 ‘은밀한(stealth) 조치’를 해오면서도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한 노골적인 조치는 삼가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인민은행의 조치는 작년 12월 은행이 공개한 기조와는 상반된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선임 환 전략가는 “지난해 12월 환시장에 인민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확인됐고 이는 위안화 절하 속도에 만족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하를 부추기는 인민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환율이 시장 흐름을 더 타도록 하려는 의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 아시아ㆍ태평양 금리 전략 책임자 케웨이 양은 “고시 환율 폭을 과거보다 확대해 위안 환율이 더 요동치게 하려는 인민은행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강한 달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위안화 절하 유도는 의도치 않은 추가 절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