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100만 관객을 동원하다니”, “‘서편제’ 한국 흥행사 새로 쓰다”, “한국 영화 100만명 돌파 신기록”, “임권택 감독 ‘서편제’ 일냈다”… 1993년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100만 관객 돌파(서울)를 하자 일간지, 방송, 스포츠지는 앞다퉈 이 사실을 크게 다뤘다. 한국 극장가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계는 ‘서편제’의 100만 돌파 5년 뒤 1998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200만 관객(서울)을 넘어서면서 하나의 꿈이 생겼다. 바로 꿈의 흥행 숫자인 1000만 돌파였다. 하지만 관객도, 전문가도 한국 영화 환경에선 무모한 꿈의 목표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쉬리’가 200만을 돌파한 뒤 6년 뒤 불가능이라고 이야기됐던 1000만 관객 영화가 탄생했다.
2004년 2월 19일 오후 2시였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2004년 2월 18일 999만4000명을 동원한 뒤 개봉 58일 만인 2004년 2월 19일 오후 2시 드디어 1000만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의 신기원이 열린 순간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가 1000만 관객 기록을 수립한 이후 “내 평생에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를 볼지 전혀 몰랐다. 너무 기쁘다. 내가 감독한 영화가 1000만 영화로 기록된 것도 기쁘지만 한국 영화가 그만큼 수많은 관객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여서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실미도’로 1000만 관객 동원을 하면서 같은 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1175만명을 기록해 한국 영화 흥행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4년 ‘실미도’가 첫 1000만 관객 기록을 한 이래 지난 1월 13일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까지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14편이다. 이 중 한국 영화는 ‘명량’,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변호인’, ‘해운대’, ‘국제시장’, ‘실미도’ 등 11편에 달한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외국 영화로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등 3편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탄생시킨 한국 영화계는 2000년대 들어 승승장구하면서 2012년 한해 1억 관객을 돌파한 의미있는 한해를 보냈다. 이후 2013·2014년 3년 연속 한해 한국 영화 1억 시대를 이어갔다. 한국 영화 흥행에서 가장 압권은 바로 국민 3명 중 1명이 본 최민식 주연의 ‘명량’(2014)이다. ‘명량’은 1761만명이라는 믿기 어려운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 영화 흥행사 1위 자리에 등극했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1761만이라는 숫자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1000만 관객은 꿈의 숫자이다. 1000만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작품성과 완성도, 그리고 화제와 마케팅, 여기에 배급과 극장 스크린 확보 등이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1000만 관객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큰 복이다”라는 말로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토로했다.
꿈의 흥행을 달성한 1000만 한국 영화의 특징은 ‘7번방의 선물’ 등 일부 영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또한 송강호·최민식·설경구·황정민·이병헌·류승룡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영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밖에 CJ, 롯데시네마, 뉴 등 대형 영화 배급사가 투자 등을 한 영화라는 점도 비슷하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1000만을 동원한 두 영화의 기록을 보유하게 된 윤제균 감독은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것은 한국 영화가 그만큼 질적, 양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을 받는 원동력은 국내 관객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다. 1000만 관객 동원은 한국 영화산업에 투자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물론 1000만 관객 동원 영화의 그늘도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처럼 1000만 관객을 만들기 위해 스크린수 몰아주기, 상영기간 늘리기 등 문제있는 행태가 노출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 한국 영화는 또 다시 꿈을 꾼다. 2000만 돌파를. 물론 일부에선 불가능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편제’로 100만 돌파를 한 뒤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1000만 관객 동원에는 11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명량’이 지난해 1761만명을 기록해 2000만 동원 영화의 가능성을 높였다. 2000만 관객 동원 영화의 주역은 무슨 영화가 될까. 제작진이나 관객들 모두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