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일(현지시간)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잇따른 자본지출 축소 계획 발표와 함께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오후 2시 현재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12% 오른 배럴당 53.10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장중 9% 가까이 오르며 배럴당 54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달 5일이 마지막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5% 이상 올라 배럴당 57.56달러에 거래됐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거대 정유사 BP가 올해 자본지출을 200억 달러로 13% 축소한다고 발표한 것이 유가 급등을 이끌었다고 풀이했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원유시추시설 수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정유업계가 지난 1986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들이 펀더멘털적인 테스트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미국 셰일업계가 유가 급락에도 산유량을 확대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차기 각료회의가 열릴 예정인 오는 11월까지 OPEC이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FT는 또 BP와 함께 유럽 에너지산업을 주도하는 BG그룹이 최근 자본지출 축소와 감원을 발표했다면서 중국 3대 정유사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역시 자본지출을 줄이기로 한 것에 주목했다.
이날 달러인덱스가 1% 이상 하락하는 등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유가 강세의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원유 매매 결제 수단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유가는 상승한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그러나 미국의 원유재고가 8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반등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는 400만 배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지난해 글로벌 원유재고가 2억6500만 배럴 늘어, 5년 전에 비해 증가량이 20% 이상 급증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3억 배럴의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계의 자본지출 축소 계획이 유가 반등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업계의 자본지출 축소는 단지 계획일 뿐”이라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반등하면 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이날 보고서를 통해 원유시추시설의 감소와 실제 생산량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시추시설 감소가 생산 축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