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춘제(구정)’를 앞두고 노사분규가 격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 냉각에 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설날을 앞두고 고향에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근로자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31일 광시성 난닝시에서 격분한 근로자에 의해 살해된 리한구이(38)의 사연을 소개했다. 건축 도급업자인 리 씨는 100여명 근로자에게 총 90만 위안(약 1억5718만원)의 급여를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변명을 대면서 70%가량인 63만 위안만 지급했다.
이에 분노한 근로자들이 리씨를 에워싸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 한 근로자가 30cm 정도 길이의 칼로 머리를 내리치고 가슴을 찔렀다. 결국 리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리 씨 사건은 건설업체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 또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지난주 윈난성 쿤밍에서도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주요 도로를 점거하며 건설사의 임금체불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홍콩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발생한 근로자 항의시위는 569건에 달했다. 건설업은 전체의 31%로, 36%의 제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지난해 2000여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가 2013년 7월부터 조사 당시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4.3%는 자신의 급여를 받고자 항의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부동산은 1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1% 급감한 232억1000만 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매출인 250억3000만 위안보다 7% 정도 줄어든 것이다. 이는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은 양대 위험요소인 부동산과 지방부채로 경제가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