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기가 강하늘이었어?’ ‘미생‘하면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나에겐 최대의 칭찬이다. 캐릭터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내가 표현한 대로 전달됐을 때 가장 보람 있다.” 배우 강하늘(25)은 항상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 말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에는 강하늘이 아닌 극 중 인물이 보인다. 모든 배우가 추구하는 이상을 충실히 구현해왔다. 그래서 강하늘은 준비된 배우로 불린다.
강하늘은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로 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5일 개봉한 영화 ‘쎄시봉’에서 윤형주 역으로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3월에는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한 사극 ‘순수의 시대’와 20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스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다작의 변’을 밝혔다.
“단순히 다작한다고 비친다면 아쉽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선택한 좋은 작품들이다. 열심히 촬영에 임한 결과, 개봉일이 몰리면서 한꺼번에 인사드리게 됐다. 저에게는 모두 소중한 작품이고, 깊게 생각한 작품들이다.”
스타 반열에 오르고, 출연작의 연이은 개봉에 연극 무대까지... 강하늘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행복하다. 자신을 찾아주는 팬이 있고, 자신의 연기를 알아주는 대중이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최고의 행복이다.
“요즘 ‘행복하냐’는 말 많이 듣는다. 솔직히 행복하다. 열심히 촬영한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많은 사랑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생각할까 봐 나를 돌아보고 행동, 말 하나하나 되새김질한다. 관심과 사랑에 대한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쎄시봉’은 강하늘에게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남겨졌다. 그 시절, 젊음의 거리 무교동을 주름잡던 음악 감상실 쎄시봉,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윤형주를 연기했다. 서정적인 포크음악을 표현한 음악적 역량과 윤형주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낸 생생한 연기력까지 관객의 호평을 얻고 있다.
“윤형주 선생님께 누가 되게 하지 말자는 생각 하나로 노래와 기타를 연습했다. 노래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했다. 현존하는 전설을 영화로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윤형주 선생님이 ‘쎄시봉’ VIP 시사회 후 ‘우리 하늘이가 제일 잘했다’고 엄지를 들어줬다. 가슴이 찡했다. 촬영하면서 쌓아온 고민들이 한순간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쎄시봉’에는 강하늘의 개인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쎄시봉’을 선택한 이유 중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지금도 라이브 카페에서 음악을 하신다. 아버지에게 가수의 꿈을 갖게 해준 사람이 바로 윤형주 선생님이다. 고등학교 때 쎄시봉을 출입하시면서 윤형주 선생님의 팬이 됐고, 살아생전 만나는 것이 꿈이었던 분이다. 역할을 맡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아버지와 윤형주 선생님을 만나게 해드리는 일이었다. 아들로서 보람 있었다.”
“황정민 선배님이 영화 속 음악을 듣고 무장해제했다고 하더라”는 강하늘의 말처럼 ‘쎄시봉’의 묘미는 음악에 있지만 극 중 ‘뮤즈’ 한효주가 연기한 민자영의 매력도 치명적이다. 강하늘은 민자영에게 들이대는 윤형주의 장면에서 발생한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극 중 ‘나니까 이런 얘기 해주는거다’라는 대사가 있다. 윤형주가 민자영에게 차이는 결정적 계기가 된 대사인데 애드리브였다. 여성분들이 그 대사가 가장 재수 없다고 했다. 윤형주 선생님이 실제 너무 잘나서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미워하고 싶지 않게끔 표현하고자 했다.”
‘쎄시봉’에서 윤형주 특유의 미성을 사용하며 노래하는 강하늘의 모습을 보면 ‘참 노래잘한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참에 앨범을 발표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니 손사래부터 치는 강하늘이었다.
“앨범을 낼 생각은 전혀 없다. 연기자로 음반활동하는 것을 나쁘게 보진 않지만 제 성향은 아니다. 연기하면서 노래하는 게 제일 편하다.(웃음)”
영화 홍보 활동과 연극 무대를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강하늘은 인터뷰 중에도 ‘오늘 저녁 무대에 선다’며 공연 중인 ‘해롤드&모드’를 언급했다. ‘쎄시봉’ 송창식(조복래)처럼 자유롭게 유랑하는가 하면 책을 통해 연기의 감정을 배운다는 강하늘. 그의 2015년은 바쁜 그의 일상에서 볼 수 있듯 밝다.
“한 방송사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 적 있다. 요즘 그 말을 다시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었느냐 없느냐는 제가 판단할 수 없다.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매년 새해가 되면 가치관, 연기관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2015년도 돌이켜 봤을 때 잘 지켜냈다는 생각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