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재점화된 가운데, 녹십자는 일동제약에 발송한 주주제안서에 담긴 이사진 선임 요구는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적대적 M&A(인수합병)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16일 일동제약에 전달했다.
따라서 오는 3월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 측과 녹십자 측의 표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 6일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 등 2명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일동제약에 발송했다. 일동제약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적대적인 M&A가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한다”며 이날까지 녹십자에 답변을 요구했었다.
녹십자 관계자는 “주주제안서 내용에는 적대적 M&A와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있지 않다”면서 “일동제약 측에서 적대적 M&A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정대로 이번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건에 대해 주주들에게 의사결정을 물을 것”이라며 “이사진 선임은 일동제약 경영에 있어서 상호협력한다는 취지일 뿐 적대적 M&A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 측의 입장에 대한 대응방안과 관련해서 계속 회의 중”이라면서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한편 일동제약은 현재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지분율 32.52%)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29.36%)의 지분 차이(3.16%P)가 얼마 나지 않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피델리티 펀드의 표심이 관건이다.
특히 일동제약 사외이사 선임건은 참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양측 모두 일동제약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결국 참석주주의 표의 향방에 따라 녹십자가 추천한 인물로 사외이사가 교체될지 말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 측과 기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가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녹십자에 요구한 ‘적대적 M&A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입장 요청에 녹십자가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재무적 투자자인 피델리티 측과 소액주주들 역시 녹십자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