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유동성이 필요한 곳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스마트한’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 총재가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뜻을 밝힌 것이다. 동시에 가계빚 지원책인 주택금융공사 출자도 고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은) 금리가 주된 수단이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 수단 중 하나다. 한도는 15조원이다. 이 제도는 기준금리 조정 방식과 달리 자금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기업체에 대상을 한정해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날도 2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때와 같이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 연 2.0%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인하하는 데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이 금리인하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세 부진 가능성, 저물가, 글로벌 저금리 기조 등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불씨’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기보다는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적극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 주택금융공사에 2000억원 가량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방식 또한 기존 금리정책과 달리 지원하고자 하는 가계에 통화정책 효과를 집중할 수 있다.